이란 반정부 시위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10대 청소년들이 당국에 의해 수감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늘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9월 이후 발생한 시위 관련 사망자 300명 가운데 미성년자는 44명으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란 망명자로 구성된 단체 '수감자 실태 조사 자원봉사자위원회'는 현재 구금된 미성년자가 최소 320명에 이른다며 시위 과정에서 붙잡히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 대부분이 10대 소녀라고 밝혔다.

지난 9일 두번째 시위자 사형집행후 도심 크레인에 메달아놓은 시신을 본 이란 시위대는 위축되기 보다는 더 격해지는 분위기 이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히잡 착용 반대를 넘어 반 정부 시위로 격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당국의 반응도 한층 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의 경우 실제로 수영 선수 출신의 16세 소녀 아스라 파나히는 10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보안군의 구타로 사망했다.

다른 10대들도 이슬람 정권 설립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진을 교과서에 찢어내 발로 짓밟은 후 이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에 가세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시위 관계자에 대한 사형을 재차 집행하고 최근 체포한 400명 중 160명에게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면서 청소년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인권센터(CHRI)는 구금된 미성년자 중 최소 3명이 사형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란 정부는 아이들을 거리에서 총살할 뿐 아니라 교수대로 보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권 단체 미아안(Miaan)은 소년원이 부족한 탓에 미성년자가 성인과 함께 수감되는 경우도 많으며 일부는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등 교육권도 박탈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이란인 선수 아미르 나스르 아자다니(26)가 반정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사형수로 분류되자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 축구선수
(Photo : 국제축구협회가 사형수로 분류된 이란 축구선수 보호에 나섰다)

당국의 탄압에도 젊은 세대의 시위 가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중동학을 연구하는 아세프 바야트 교수는 "반정부 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젊은 세대 덕"이라고 설명했다.

바야트 교수는 10대 여성의 경우 SNS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뿐더러 구조적으로 여성인권이 무너진 사회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더 깨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