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맹방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에 핵무기 관련 모든 정보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히는 등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행보가 일어나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9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이뤄지던 러시아와 미국 간의 모든 정보 이전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사일 시험 발사 통보도 앞으론 없을 것이라고 랴브코프 차관은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정연설을 통해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협정으로, 양국이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정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연장 협상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미국은 협정 의무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맞대응 차원에서 러시아에 자국의 핵탄두 숫자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랴브코프 차관의 '모든 핵무기 정보제공 중단' 발표는 이 같은 미국의 대응에 맞불 수위를 더 높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정세를 흔들기 위해 핵 역량을 내세운 위협성 행보를 종종 보여왔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말미암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진퇴양난의 전황을 바꿀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 나오는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 푸틴 대통령은 국영 방송과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며 이를 위한 핵무기 저장시설을 7월 1일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푸틴대통령 국정연설

(지난 25일 푸틴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내 핵무기를 러시아로 완전히 이전한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와이 계속되는 러시아의 예상할 수 없는 행보는 우크라이나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한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간 국제사회의 군축 노력과는 정반대로 흐르는 듯한 상황이 잇따르면서 각국의 안보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