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는 24일(월)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고 이스라엘의 정체성에 대한 분열을 촉발시킨 사법개편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와 함께 연정을 이루고 잇는 64명의 의원 연합은 야당과의 타협이 실패한 후 법안 투표를 강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투표 전에 120 의석으로 구성된 크네세트(Knesset)로 알려진 의회 떠났고 여당은 단독 의회를 열고 64명 의원 찬성으로 법안을 가결처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 법안의 통과는 시위자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수천명이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견재가 무너졌다며 "민주주의!"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가 앞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을 봉쇄한 후 시위대가 크네세트를 습격하는 것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시위대를 저지했다.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 드는 "이것은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말했다 .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이스라엘을 증오와 극단주의로 운영되는 부서지고 비민주적인 국가로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통과된 이 법안은 국가 최고 법원의 권한을 제한하고 선출직 의원이나 공무원에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려는 광범위한 사법 개편의 첫 번째 부분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전에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각 부처의 장관 임명을 비롯한 행정부의 주요 정책결정을 사법심사를 통해서 뒤집을 수 있었고, 그런 사례도 다수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재집권에 크게 기여한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의 아리예 데리 대표를 장관으로 임명했다가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타냐후 총리는 데리 대표를 내무부 및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부총리직까지 제공했지만, 대법원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리 대표의 장관 임명이 부당하다며 해임 명령을 내렸다.

결국 데리 대표는 장관직을 맡은 지 19일 만에 낙마했다.

그러나 이날 통과된 사법개편 의회 통과로 대법원의 이 같은 권한이 제한된다. 

이번 사법 개혁을 반대하는 이들은 법원이 합리성에 근거해 부패한 공무원의 임명을 중단하거나 정부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해고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정부 부패의 길을 열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법 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은 합리성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법원(임명직 공무원)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이 선택한) 선출직 공무윈의 의지를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WSJ은 이번 법안통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분열상은 세속적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들과 민족적 유대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의 대립으로 묘사했다. 초기 이스라엘은 주로 동유럽 혈통이 세속적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초기 수 십년 동안 통제되어왔다.  그들은 문화적으로 유대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구상하고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 십년간 이스라엘 우익을 대표하게 된 다양한 분파들(종교적 시온주의자, 정착민, 초정통파, 중동 후손 유대인) 간의 동맹은 숫자와 힘 모두에서 성장했다. 이들은 민족주의적이며 종교적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의 정치학 학과장인 기드온 라하트(Gideon Rahat)는 "이것은 이스라엘과 유대인 사이의 충돌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인은 세속적인 시온주의 국가를 구상한 건국자들을 대표하고 유대인은 2000년 전 이 땅을 통치했던 유대 왕국을 재건하려는 자들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보다 시민적 정체성과 보다 종교적 정체성 사이의 충돌입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그대로이며, 사법 개편으로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법개편으로 인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문을 열었다고 판단한 시위대은 또 다시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 7개월여간 지속된 사법 정비에 대한 논란은 이스라엘 분열의 씨앗이 되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46%는 사법 정비에 반대, 35%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