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효율적 에너지 사용의 상징으로 비판받아온 백열전구가 다음 달부터 퇴출당한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7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토머스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품인 백열전구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공화당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140여 년 만에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가 백열전구가 충족할 수 없는 새로운 에너지 효율 규정을 내달 1일부터 전면 시행하면서 사실상 백열전구의 소매가 금지된다.

대신 소비자들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와 같은 고효율 조명기기를 선택해야 한다.

백열전구 퇴출을 추진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는 "LED 전구가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고 강조한다.

백열전구

1879년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영국의 조셉 윌슨 스완이 발명한 백열전구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이후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리며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 전구는 전력 사용량 중 5%만 빛을 내는 데 사용하고 95%는 열에너지로 발산해 대표적 저효율 조명기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백열전구는 단계적으로 '전력은 적게 쓰고, 수명은 오래가는' LED 램프 같은 고효율 조명기기로 대체돼 왔다.

가정용 백열전구의 조용한 퇴장은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정부 규제의 힘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백열전구 퇴출 여부를 놓고 미 행정부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간에 다른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집권기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2009~2017)는 정권 말기 전구 효율성 규정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후임 공화당 정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2017~2021)는 이러한 노력을 뒤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 미 에너지부가 시행하려던 백열전구 퇴출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200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에너지 효율 조치에 중점을 둔 기후 의제를 내세우며 집권한 이후 미 에너지부는 전구의 에너지 효율성 규정을 마지막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에너지부는 지난해 대부분의 할로겐과 백열전구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에너지 효율성 규정을 도입했다.

새 규정 중 하나는 전구가 전력 1와트당 최소 45루멘(밝기 단위)의 빛을 생산하는 표준을 명문화했다. 기존 60와트 백열전구는 1와트당 약 13루멘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에너지부는 뒤이어 지난해 12월 최소 전구 효율 수준을 다시 1와트당 120루멘 이상으로 높이는 규정을 제안했고, 지난 4월 모든 관련 조치를 마무리한 뒤 8월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에너지부는 "미국 소비자들이 새 규정으로 연간 근 30억 달러(3조8천억원)의 전기료를 절약할 것으로 기대되며, 30년 동안 지구 온난화 탄소 배출량을 2억2천200만t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탄소 배출량은 1년 동안 2천800만 가구에서 쏟아내는 탄소량과 맞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