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말을 못 하고 얼어붙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인 나이'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31일(목) 보도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켄터키주 커빙턴에서 기자회견 중 2026년 또 선거에 출마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두 차례 반복하고선 "그것은..."이라고 말한 뒤 약 30초가량 무(無)반응 상태로 앞쪽을 응시했다.
이에 옆에 있던 보좌관이 다가와서 질문을 들었는지 확인했고 매코널 대표는 들리지 않는 말로 뭐라고 답했다.
보좌관은 "미안하지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뒤 언론에 "크게 말해달라"면서 회견을 재개했다.
매코널 대표는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굳어 20초 정도 무반응 상태가 됐던 적이 있다.
매코널 대표가 이날 비슷한 증상을 또 보이자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고, 나아가 내년 대선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80)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 등 정치인의 나이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상원 원내대표 등 직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건강에 대한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매코널 대표를 안쓰럽게 생각하지만, 그가 상원의원이라는 점에서 건강에 대해 더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내년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마치면 86세가 된다. 나이는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며 미국 내에선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8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 77%가 바이든 대통령이 4년을 더 재임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 중 69%가 이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된 연상 단어를 물은 결과 26%가 '늙은', '시대에 뒤떨어진'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전용기를 타고 내릴 때 넘어지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이 종종 포착돼 나이와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야외 졸업식 행사에서 연설 후 자리로 돌아가다 바닥에 있는 검은 모래주머니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공식 행사에서 사람 이름을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이미 죽은 사람도 살아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CNN은 고령의 정치인들이 은퇴하지 않아 신진 정치인의 부상을 막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젊은 정치인들이 고령의 정치인들을 몰아낼 만큼의 재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고령의 정치인들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정치 경력을 나이 때문에 포기한다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정치권에서 50년을 보낸 뒤에야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건강이 나쁘지 않다면 재선 출마를 막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상원의원과 달리 대통령직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CNN은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매코널 대표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전 세계에서 나오고 적들에게는 틈을 제공할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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