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 주의회 입법안에 주지사가 거부권...공화당 "옳은 결정 환영"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부모가 인정여부를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부여에 고려해야한다는 입법을 시도했으나, 주지사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23일(토) 캘리포니아 주지사실에 따르면, 전날 개빈 뉴섬 주지사는 양육권 재판을 심리하는 판사에게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부모의 지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 법안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법부의 법적 기준을 한 가지 특성만을 지목하는 규범적인 용어로 지시하려고 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미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을 결정할 때 아동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로리 윌슨 주의원이 발의해 주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법원이 자녀의 양육권이나 방문권 절차를 결정할 때 다른 요소들보다 자녀의 성 정체성이나 이를 드러내는 표현을 부모가 긍정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내용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윌슨 의원은 "나는 지난 몇 년간 성전환(트랜스)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낙담했다"며 "이 법안의 의도는 자녀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과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정법원 시스템에서 그들(자녀)에게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으로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스콧 위너 주의원은 지역 일간 LA타임스에 뉴섬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비극"으로 표현하며 뉴섬 주지사가 과거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옹호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인 빌 에사일리 주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뉴섬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 소식을 알리며 "옳은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앞서 이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공화당 정치인들과 보수 진영은 "자녀의 성 정체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의 양육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주지사가 제동을 걸긴 했지만, 주의회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으면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 수 있어 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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