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주담대부터 기업 대출금리까지 파급 효과 광범위"
"한국 등 이머징마켓에도 부담...국채 수익률 더 오를 듯"
16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미국 국채 금리가 가뜩이나 저성장에 시달리는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 가계 가릴 것 없이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3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 무렵 4.81%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 국채 금리도 급등세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수익률은 2.9%로, 2011년 유로존 재정 위기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0%를 밑도는 마이너스(-)인 일본도 201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글로벌 채권 수익률 상승은 고금리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제가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나설 가능성이 떨어졌다.
트레이더들은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현 5.25~5.50%인 기준금리가 4.3%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가 현재는 4.7%까지만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높은 재정적자 수준을 거론하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를 한층 가중하고 있다.
부채가 많은 이탈리아는 지난주 재정적자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것과 함께 국채 매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장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한다.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는 주택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부터 기업의 대출 금리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다.
우선 주식시장으로서는 시중 자금이 수익률이 급등한 국채로 몰려가기 때문에 악재다.
실제로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7월 연중 고점 대비 약 7.5% 하락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가라앉았던 미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값이 싸지면서 은행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아문디투자연구소의 마흐무드 프라단 거시경제 부문장은 "채권 매각은 장기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오래 지속될수록 더 많은 부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또한 강달러를 의미하고, 결국 일본 엔화 등 다른 통화들의 약세를 낳게 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일본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되는 달러당 150엔을 넘었다.
국채 금리의 오름세는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높지만 리스크가 큰 한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도 부담이다.
한국의 경우 시장금리가 미 국채 금리를 따라 오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도 올라가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들어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국채 수익률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도 전날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중반에, 10년 만기물은 5%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초 0%를 밑돌았던 독일의 10년물 수익률은 곧 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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