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K 조카이지만 코로나백신 반대운동 등 '이단아 행보'로 논란
"민주당 표 분산" 對 "트럼프 지지 극우표 흡수"...전망 엇갈려
미국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내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9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려던 계획을 접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수백명의 군중 앞에 선 케네디 주니어는 "공항, 호텔, 거리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은 내게 이 나라는 역사적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음을 상기시켰다"며 "나는 오늘 무소속 후보로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에 목숨을 잃은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환경 분야 변호사로 한동안 활동했으며,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백신과 예방접종 반대 운동으로 명성을 크게 얻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겨냥한 책을 펴내거나 백신 의무화 정책을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에 빗대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당초 지난 4월 민주당에 대선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6개월만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관심은 그의 무소속 출마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내년 11월 대선에 어느 정도의 변수로 작용할지에 쏠린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가 1992년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약 19%를 기록한,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후보 이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무소속 후보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이저 양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3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난 지난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크고,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그의 지명도가 상당하다는 점이 그런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3자 구도에서 10%대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단은 케네디 주니어가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 출신인 데다 민주당 경선에 나서려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그의 무소속 출마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정반대의 예상도 만만치 않다.
케네디 주니어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접종 반대에 앞장서며 음모론을 주장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의 출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층의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아메리칸 벨류 2024'의 공동 설립자인 토니 리언스는 이제까지 1천700만 달러(약 230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았으며, 이번 무소속 출마 선언을 계기로 앞으로 1천만 달러가 더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케네디 가문의 케리 케네디, 로리 케네디, 조지프 케네디 2세 등은 케네디 주니어의 무소속 출마 선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 공화 양당을 제외한 제3지대에서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으로는 케네디 주니어 외에도 미국의 진보적 신학자이자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70) 유니언 신학대 교수가 있다.
또 중도 성향 정치단체인 '노레이블스'도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후보로는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조 맨친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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