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적기 개발·여타지역 제품 공급에 악영향" 주장
반도체협회 "일방 규제, 업계 생태계만 해쳐...동맹과 조정 강화해야"
미국 정부가 17일(화) 발표한 한층 강화된 인공지능(AI) 칩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로 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68% 하락한 439.38달러(59만5천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크게 떨어졌고, 올해 8월9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장중에는 7.8%까지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850억 달러(1천471조2천600억원)로 줄어들며, 하루 만에 533억 달러(72조2천748억원)가 증발했다.
엔비디아의 하락 폭은 브로드컴(-2%)과 마벨(-0.9%), 인텔(-1.4%) 등 다른 반도체 기업보다도 컸다.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도 하락해 약 730억 달러(약 98조8천억원)의 시장 가치가 날아갔다.
미 상무부는 이날 강화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존 조치 때 수출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A800과 H800도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칩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A100과 H100의 성능을 낮춘 제품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이날 발표한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수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모든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제품에 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재무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그러나 이날 오후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이번 제한이 "적시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기존 고객을 지원하거나, 이번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군사 기술과 상업 기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기는 어렵다"면서 "이중 용도 기술이 종종 있으며, 안타깝게도 상업적 교류를 촉진하는 기술이 때로는 경쟁국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시민을 감시하며 억압을 강화하도록 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미국은 중국 경제를 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제한적인 조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이 가입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해외 고객이 다른 곳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미국 안보는 개선하지 못한 채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이어 "우리는 정부가 모든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조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성명에서 "이번 조치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이번 조치에서 의무화한) 라이선스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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