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답변 기다리다 공론화 늦어...中 정부 7월 답변 북송 후에야 전달받아"
영국 의회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서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자매가 중국에서 북송된 막내를 구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24일(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상원에서 개최된 유럽 북한인권포럼에는 중국 구금시설에 있다가 이달 9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것으로 보이는 김철옥씨의 언니 유빈·규리씨가 참석했다.
규리씨는 발언 기회를 얻어 "중국에서 25년간 살며 우리말도 잊어버리고 6개월 된 손자까지 둔 동생이 갑자기 북송됐다"며 "오빠도 북송됐다가 감옥에서 맞아서 죽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는데 동생까지 그렇게 보낼 순 없다"고 말했다.
철옥씨의 사례는 역시 탈북민인 사촌 김혁 박사를 통해 얼마 전 국내에서도 알려졌다.
규리씨는 이후 연합뉴스와 만나서는 "통상 구금시설에 1년 정도 있다고 해서 그 전에 중국에 가족이 있으니 풀어달라고 공론화하려고 했는데 미처 손을 쓰기 전에 북송됐다"며 울먹였다.
그는 "5월에 한국 유엔 사무소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으며, 답변이 오는 걸 본 뒤 동생 일을 언론에 알리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 북송 관련 기사가 나온 뒤 얼마 전 유엔에서 중국 정부의 답변을 전해줬는데 원론적인 내용뿐인 데다가 이미 7월에 보낸 것으로 나와 있어서 너무나 허망했다"고 말했다.
규리씨는 한인 타운이 있는 뉴몰든 지역에서 교민·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반찬 사업을 하고 있다.
규리씨에 따르면 철옥씨는 1998년 14세 때 탈북했다가 바로 중국 지린성 오지 농촌에 약 30살 많은 남성에게 팔려 가서 15세에 딸을 낳았다
규리씨는 "내가 1997년 중국에 먼저 나왔는데 그때 따라오려던 모습이 마지막이다"라며 "너무 어리기 때문에 일단 정착한 뒤 데려오려던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팔려 갔지만 그래도 괜찮은 집이어서 6개월 후부터 연락하고 돈도 부치곤 했다"며 "이후 동생이 중국으로 탈출해 연락해왔는데 미처 만나기도 전에 인신매매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있는 연길까지 기차가 하루 한 대뿐이라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한다고 얘기해뒀는데, 몇시간 후 다시 전화하자 브로커가 받아서 '그런 사람 없다'고 했다"며 "어디로 팔았는지 알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거의 20년을 조선족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가 조금 큰 지역으로 나오면서 2019년에야 우연히 다시 소식이 닿았다"며 "하지만 곧 코로나19가 터져서 만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 오라는 권유에 처음엔 동생이 주저했지만 올해 초 코로나19에 걸려도 정식 신분이 없으니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일을 겪고선 영국에 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4월에 브로커와 함께 육로를 통해 태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출발 2시간 만에 공안에 잡혔다. 브로커가 인신매매 전력이 있어서 중국 당국이 주시하던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그대로 갔더라도 인신매매될 수 있던 터라 처음엔 차라리 잡혀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때는 북송은 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삭이던 조카가 구금시설에 찾아가도 면회를 못했고 동생이 조카에게 전화해서 '북송된다'고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 후 늦게 탈북한 언니도 영국으로 데려왔고 언젠가 동생까지 같이 살 생각에 악착같이 열심히 살았다"며 "동생이 어떤 고통을 받을지 뻔히 보여서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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