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등 수요 둔화 시사 지표 영향

석유

국제유가가 미국 휘발유 소비 감소 전망에 더해 수요 둔화를 시사하는 각종 지표가 나오면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8일(수)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64% 하락한 배럴당 75.33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브렌트유도 2.5% 하락한 79.5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지난 7월 중순 이후 최저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내년 1인당 휘발유 수요가 높은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시민들이 차량 운행을 자제하면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위험이 낮아지고 수요 전망이 둔화하면서 지난 3주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항공 여행도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 원유 출하량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1천200만 배럴 가까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미국석유협회(API)는 미국 최대 원유 저장 허브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비축량이 지난주 11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이 보고가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원유 재고 관련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해 오는 15일 2주 분량을 한꺼번에 공개할 예정이다.

프라이스 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폭락은 중국 경제지표에 근거해 세계 경제가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와 가자지구 전쟁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지표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이 과도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潘功勝) 총재는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차기 장관급 회의를 준비하면서 수요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 회의에서 자발적 감산을 내년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