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3분의 2 찬성 필요한 본회의 직접상정으로 강경파 반대 우회
민주 하원 대표, 지지 가능성 시사...상원은 양당 모두 지지 입장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14일(화) 같은 공화당의 강경파가 반대하는 정부 임시예산안을 민주당과 합심해 처리를 시도한다.
의회가 2024 회계연도(2023.10∼2024.9) 정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정부 일부 업무가 정지되는 셧다운까지 불과 사흘가량 남은 상태에서 존슨 의장이 택한 '고육지책'이다.
존슨 의장은 자신의 임시예산안을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존슨 의장은 앞서 지난 11일 임시예산안을 공개했는데, 본회의 토의 규정을 결정하는 하원 운영위원회를 임시예산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어 예산안의 상정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에 존슨 의장은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택했다. 이 경우 예산안 가결에 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3석이라는 점에서 존슨 의장의 이 같은 시도는 결국 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WP는 공화당 지도부가 자력으로 예산안 처리를 시도했다가 자당 강경파 반대로 부결되는 "부끄러운 패배"를 피하고자 이런 전략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예산안 지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존슨 의장의 임시예산안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민주당이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존슨 의장을 얼마나 지원할지가 관건이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임 하원의장 주도로 지난 9월 30일 하원을 통과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의 경우 찬성표를 던진 하원의원 335명 중 209명이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이 전년도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다 반대할 명분도 대안도 없다는 점에서 의원 다수가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관측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전날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존슨 의장의 예산안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존슨 의장이 제시한 예산안은 2024 회계연도 전체가 아닌 내년 1∼2월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만 책정한 임시안이다.
예산 소진 시기를 세출법안 총 12개 가운데 4개는 1월 19일까지, 나머지 8개는 2월 2일까지로 한 '2단계' 예산안이다.
이런 구조는 공화당 강경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강경파는 존슨 의장이 공화당 중도파와 민주당의 반대를 의식해 강경파가 요구한 지출 삭감이나 국경 통제 강화 예산 등을 반영하지 않자 반발해왔다.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당장 이날 성명을 내고 존슨 의장의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강경파가 매카시 전임 의장 때와 달리 존슨 의장 해임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프리덤 코커스의 칩 로이 의원은 존슨 의장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셧다운 위기를 맞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프리덤 코커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존슨 의장과 계속 일할 의지가 있지만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에서도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의 양당 지도부는 전날 2단계 예산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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