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등급' 벤처투자 유치 업체 등은 여전히 어려울 수도
이르면 내년 3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들에 '생명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목)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코로나19 여파 대응 과정에서 2020년 3월 1.7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0.25%로 만들었고, 이후 '제로 금리'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1조7천억 달러(약 2천186조원)가량을 빌렸다.
하지만 연준은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기준금리 상단을 5.5%로 끌어올렸고, 그 여파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 기업 다수가 보유 현금 소진과 추가 대출 어려움 속에 파산했다.
미국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부채 규모 1천만 달러(약 128억원) 이상인 파산업체 숫자는 2021년 97건, 2022년 102건에서 올해는 이달 15일까지 184건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내년 0.7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기존 부채 차환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3월 기준금리 상단이 5.5%보다 낮을 가능성을 87.6%로 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10년물이 10월 한때 5%를 찍었다가 최근 3.8%대로 내려왔다. 2년물 금리는 4.2%대이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에 육박했던 국채와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회사채 간의 평균 금리차가 최근 3.37%대로 내려왔고,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10월 9.5%에서 최근 7.4%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무디스 투자자서비스는 내년 미국 기업들의 채무 상환 사정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고, 무디스의 크리스티나 패제트는 "최근 데이터를 보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실기업에 투자하는 업체 투시즈캐피털의 시나 투시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기도 전에 기업들의 대출 비용이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NP 파리바는 위험 수준인 'CCC' 등급 업체들이 차환하려면 기존보다 금리를 4.9%포인트 더 줘야 할 것으로 봤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스로크는 일부 기술기업과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내년에 계속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면서 버블이 있었던 영역에서 내년에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의 파산 증가는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 과열을 식히려던 연준 정책에 따른 것인 만큼, 대출이 용이해질 경우 좀비기업들이 망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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