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시 벌금, 수십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
전문가들 "중국, 올해 한층 강도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 직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위반 시 기업들이 한층 강도 높은 처벌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수) 보도했다.

매튜 액설로드 미 상무부 수출 집행 담당 차관보는 16일 저녁 뉴욕대 법학대학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수출통제 위반에 대한 미국의 처벌이 해외부패방지법(FCPA) 처벌 수위에 가까워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액설로드 차관보는 "곧 발표될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 제재 결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무부

(미국 상무부. 자료화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물자를 박탈하기 위해 수많은 신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또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고 있다.

확대된 수출 통제 체제는 미국 국가 안보 정책의 핵심 요소로, 경제 제재와 함께 등장했지만 역사적으로 처벌에 대한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뉴욕대 법학대학원의 지난해 11월 분석에 따르면 외국 공무원 등에 대한 뇌물공여 행위를 처벌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주요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수십억달러의 벌금이 부과됐지만, 수출 통제 위반에 대해서는 훨씬 적은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판매한 혐의로 시게이트에 대해 3억달러(약 4천30억원)의 벌금을 작년 4월 부과했었다.

중국이 올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 서방 국가들의 한층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고 미국 CNBC방송은 전했다.

반도체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댄 허치슨 수석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조치가 나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는 강경파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도 "미국 정부뿐 아니라 네덜란드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규제 중 일부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퓨처럼리서치의 대니얼 뉴먼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고 대만해협의 정치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對)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당시 발표된 조치 가운데는 엔비디아가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이 2022년 8월 통제되자 사양을 낮춰 중국 수출용으로 내놓은 A800과 H800의 판매마저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네덜란드는 올해 초 자국 ASML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걸 막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규제 속에 중국의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입은 작년 3천494억달러로, 전년 대비 15.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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