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확대와 고금리 등 시장 상황으로 건전성 우려↑
미국 금융당국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은행의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미국의 일부 지역 은행들을 대상으로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위험 노출액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SEC는 지역 은행들에 대해 대출이 발생한 상업용 부동산의 종류를 사무실과 호텔, 거주시설 등으로 세분화한 뒤 건전성을 평가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EC는 지난해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을 계기로 불거진 지역 은행의 건전성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대출 관리를 강화했다.
SEC가 지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정책으로 인한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고조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약 3조달러(약 3천920조 원)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한다.
원리금을 이자와 함께 갚아가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이자만 갚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원리금을 갚거나 차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공실률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만기 때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고금리 탓에 변동금리 대출 비용도 불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기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미쳤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로펌 크래머 레빈 내프탤리스 앤 프랭클의 케네스 친 파트너는 "대형은행보다 규모가 적은 지역 은행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의 디폴트 사태가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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