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이 연기금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 반대 운동을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약 133억 달러(약 18조 원)의 투자금이 회수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일) 보도했다.
회수 자금에는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학교 운영기금 '텍사스 퍼머넌트 스쿨펀드'가 다음 달 말 블랙록에서 투자금 85억 달러(약 11조4천억 원)를 회수하겠다고 밝힌 것이 포함됐다. 이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에서 지금까지 회수한 자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이는 블랙록이 운영 중인 자산 10조 달러(약 1경3천400조 원)의 0.133%에 불과하고 공화당이 관할하는 일부 주도 여전히 20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을 블랙록에 맡겨놓고 있다.
블랙록은 같은 기간 미주 지역에서 1천380억 달러(약 185조 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블랙록은 워싱턴에서 공화당과 관계가 있는 고위 로비스트를 영입하고 지난달 텍사스주 댄 패트릭 부지사와 함께 휴스턴에서 전력망 투자 서밋을 공동 주최하는 등 '반(反) ESG' 캠페인에 적극 대응해 왔다.
이러한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지구온난화 대응을 압박해 온 자산운용사 모임인 '기후행동(CA) 100+' 참여 문제와 맞물려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JP모건자산운용과 스테이트스트리트, 핌코, 인베스코 등이 이 모임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며, 블랙록도 이에 대한 관여 정도를 줄이기로 했다.
블랙록은 그러면서도 텍사스주 학교 기금의 투자금 회수 직후 "수천개의 텍사스주 내 학교에 긍정적인 힘이 되어온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종료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자금 유출은 2022년 웨스트버지나아주의 라일리 무어 재무장관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반대하는 금융회사 명단에 블랙록을 포함시키면서 시작됐다.
이어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각 주에서 ESG 반대와 투자금 인출이 잇따랐다.
투자금 회수 캠페인은 캔터키주에서 시작됐으며, 이 주의 연금 관리들이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블랙록 등이 최대의 수익을 위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소속 데일 폴웰 재무장관은 공개적으로 블랙록을 비판하면서도 이 자산운용사에 184억 달러(약 24조7천억 원)를 맡겼다.
그는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의 해고를 촉구하면서도 이 자산운용사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떼는 자산운용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텍사스 현지 기업들은 화석연료나 총기에 적대적인 것으로 보이는 금융회사에서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텍사스주의 '공정 접근(Fair Access)'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텍사스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비영리단체는 지난주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 법이 친기업적인 분위기를 해치고 3천710만 달러(약 498억 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에 특정 가치를 강요하면 시장에 손실이 발행하고 결국 납세자가 그 결과를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고 FT는 전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