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올해도 기념일 선포..."성 정체성 따른 차별 근절돼야"
트럼프 캠프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공격 일환" 맹공
기독교의 2대 경축일 중 하나인 부활절이 매년 3월 31일 기념하는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Transgender Day of Visibility)과 겹친 것을 계기로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30일(토) 전했다.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부활절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나서 돌아오는 일요일을 말한다. 따라서 그 날짜는 매년 유동적이다.
반면 성소수자 단체 '트랜스젠더 미시간'의 대표 레이철 크랜들 주도로 2010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한 '트랜스젠더의 날'은 매년 3월 31일로 고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부활절이 일요일인 3월 31일로 정해지면서 트랜스젠더의 날과 같은 날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2024 트랜스젠더의 날 선포문(proclamation)'을 발표하고 "우리는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의 특별한 용기와 공헌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들이 더 나은 삶을 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성 정체성에 따른 폭력과 차별이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미국인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날을 공인하는 포고문을 2021년 처음 발표한 뒤 매년 이날을 기념일로 선포해왔다.
이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는 "소름 끼치고 모욕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정면 비난했다.
캠프의 캐롤라인 래빗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기념일 선포는 수년 동안 이어온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공격 일환이라며 바이든 선거캠프와 백악관은 미국 전역의 가톨릭·개신교 신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 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부활절의 핵심 교리를 배반했다"며 "이에 미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썼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기독교인인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의 존엄과 자유를 옹호한다는 입장이라며 "슬프게도, 정치인들이 잔인하고 증오스럽고 부정직한 수사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약화하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둘러싼 미국 사회 내 논쟁은 점점 뜨거워지는 추세라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공화당은 주와 연방 차원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성전환 치료를 제한하고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스포츠팀에서 경쟁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내용과 관련한 법률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이 사안을 이슈화하고 있다.
AFP 통신은 "트럼프가 종교적인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구하고 바이든은 자신이 포용적인 미국을 위한 지도자라고 강조한다"며 "이번 사건은 대선의 향배를 좌우하는 '문화 전쟁' 속에 일어난 가장 최근의 충돌"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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