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성발사에도 한일은 "중단 촉구", 中은 사실상 침묵
한미일 공조에 경계심 드러낸 中, "보호무역·디커플링 반대" 외치며 美 견제
오랜만에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도발을 놓고 한일 정상은 비핵화를 촉구하는 경고음을 한 목소리로 발신했지만, 중국 측은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자 책임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중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모두발언과 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우리 3국에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 관계국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며 '스탠드 스틸'(현상 유지)을 견지한 셈이다.
이는 직전 회의인 지난 2019년 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 때 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에 동의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기류로 볼 수 있다.
한일 정상과 중국 총리는 북한이 예고한 인공위성 발사를 놓고도 마찬가지로 갈라서는 기류를 보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감행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것이라며 발사 중지를 일제히 촉구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문제 역시 언급하지 않아 한일 양국 정상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한일 양국과 중국이 오랜만에 재개된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공위성 도발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은 현 정부 들어 한층 가까워진 한미일 삼각협력 관계를 경계하는 중국의 심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측은 이날 한미일 삼각 공조와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적잖이 내놨다.
리 총리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의 안정·안전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평소 말하는 '진정한 다자주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맞서는 '중국식 다자주의'를 뜻한다.
리 총리는 또 "경제·무역 문제의 범정치화·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무역 보호주의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서방 혈맹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공급망 연대'를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 압박 중인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일 양국에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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