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 21% 증가해 절반 육박...미국의 제한조치 무색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ASML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기 연속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2분기 대중국 수출 금액은 23억 유로(약 3조4천734억원)로 전 분기 대비 21% 증가해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은 2분기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했다면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력한 조치를 고려하게 된 배경이라고 17일(수) 보도했다.

네덜란드 ASML

(ASML)

바이든 정부는 이날 ASML을 포함한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맹국들이 자체적으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설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의 대중국 수출 증가는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 간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도 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으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기술기업이다.

각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이 회사 장비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어 업계에서는 '슈퍼을(乙)'로 불린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에 수출된 장비의 서비스 및 수리 능력을 제한하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추가 조치 검토 소식 이후 네덜란드 주식시장에서 ASML 주가는 11% 급락한 870.90유로를 기록했다.

약 427억 유로(약 64조 5천9억원)의 시장 가치가 사라졌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ASML의 대중국 수출은 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형 키트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규제강화 검토 소식에 대해 맹비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무역과 국가 안보 개념을 정치화했다"면서 "관련국들은 미국의 강요에 단호히 저항하고 자신들의 장기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하고 개방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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