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소지·실행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일단 밀어붙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취임 첫날에 단행하겠다고 밝힌 공약이 4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토)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연설을 분석한 결과 취임 첫날 계획에 대해 200번이 넘게 언급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취임 첫날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이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이민자 추방에 나설 것"이라는 발언을 포함해 이민 분야의 취임 첫날 계획을 74차례나 언급했다.

또한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을 모조리 폐지하겠다"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함께 의회와 협력을 통해 이민정책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공약은 위헌 소지가 있고, 실행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속지주의에 따른 시민권 부여는 수정헌법 14조에 규정됐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의 자녀에게 정부가 출생증명서를 발급하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헌법 규정을 우회하려고 하더라도,법원이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연방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은 뒤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의 주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겠다는 공약도 실행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추방 조치에 대한 불복 소송은 물론이고, 대규모의 추방을 단번에 실행할만한 자원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법률적·경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약을 밀어붙일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취임 첫날에 전기자동차에 대한 우대를 폐지할 것이라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1차례나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와 관련한 행정명령을 내린 적은 없지만,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선 이 공약을 전기차에 대한 각종 우대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다.언급 횟수로는 교육에 대한 발언이 이민보다 많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는 학교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발언을 포함해 모두 82차례나 교육 분야의 취임 첫날 계획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스포츠계에서 성전환 선수들을 추방하겠다고 공약했고, 미성년자에 대한 성전환 수술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전공인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의 취임 첫날 공약 중 상당수는 불법이거나 실행이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불법적인 행정명령도 일정 기간에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법 해석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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