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보도...美, 안보 위협 이유로 中 사업 참여 '원천봉쇄' 시도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이 지속되면서 이 지역에 매설된 해저 케이블 사업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0명 넘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및 자료를 토대로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늘어나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인터넷망 개설에 핵심 역할을 담당해 온 해저 케이블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충돌 위험이 커지면서 기존에 매설된 해저 케이블의 유지 보수 비용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설비 증설에도 위험이 따르며 많은 사업자들이 대체 경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남중국해

(중국과 분쟁중인 남중국해 필리핀 해역. 연합뉴스)

WP는 "중국이 대부분 전략 수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함에 따라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부 해저 케이블 수리는 중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몇 달씩 지연되고 있고, 2개의 신규 케이블 프로젝트는 수년째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을 부상하는 최대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 정부가 통신 분야에서 중국과 협업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며 중국 기업을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거나 남중국해가 아닌 대체 매설 경로를 찾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WP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미국 기업이 자본을 대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3개의 해저 케이블 사업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국경을 지나 남중국해를 피하는 경로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회는 최소 수천만 달러의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3개의 해저 케이블 사업도 차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의 첩보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기업들은 이미 해저에 설치된 수천㎞에 달하는 케이블을 사실상 매몰해야 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현재 인터넷을 포함한 국제 통신의 99%가 해저 광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며, 이 가운데 11개의 케이블 시스템이 남중국해에 기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스템은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인터넷망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 같은 통신 시스템 전반이 위태롭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에는 베트남 정부를 압박해 중국 케이블 회사와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중국은 정교한 사이버 해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망을 확실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남중국해에 위치한 해저 케이블 개보수 작업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등 한층 강력한 조치를 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이 경우 남중국해에서 해저 케이블 사업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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