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소송전..."12월 재판 앞두고 영향력 확보 차원" 해석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암)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에 자사 지적재산을 활용해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라이선스(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25일(금)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rm은 이 같은 내용의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60일 전 이를 퀄컴에 통보했다.

Arm은 이달 23일 해당 내용을 통지했다고 인정하면서 "Arm과 협력사들이 30여년간 구축해온 독보적인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퀄컴

(퀄컴 로고, 자료화면)

반면 퀄컴은 Arm이 자신들을 압박하고 높은 사용료를 받기 위해 근거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법적 절차를 방해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며 라이선스 종료 요구는 완전히 근거가 없다. Arm의 반경쟁적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맞섰다.

퀄컴은 삼성전자 갤럭시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매년 수억개씩 판매하고 있다.

그런 만큼 라이선스 취소가 현실화할 경우 전체 매출 390억 달러(약 54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규모 손해배상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양사 간 법적 분쟁은 2021∼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rm은 2022년 주요 고객사인 퀄컴이 계약을 위반하고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고 퀄컴도 맞고소한 상태다.

문제는 퀄컴이 2021년 Arm 라이선스를 보유한 칩 설계회사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불거졌다.

누비아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는 퀄컴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판매하는 이른바 인공지능(AI) 개인용컴퓨터(PC)용 칩에 핵심이며, 퀄컴은 이를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 칩에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이번 주 밝혔다.

Arm은 이에 대해 퀄컴의 라이선스 침해라면서 기업 인수 전 만들어진 누비아 설계를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Arm의 승인 없이는 누비아의 설계가 퀄컴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누비아의 라이선스는 지난해 2월 종료됐다.

퀄컴은 Arm과의 기존 계약이 누비아에도 적용된다는 입장인 반면 Arm은 계약 조건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들은 "Arm이 퀄컴의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취소하려는 움직임은 12월 재판에 앞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노력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퀄컴이 Arm 아키텍처를 맞춤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갖되 누비아보다 높은 사용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는 과거 스마트폰 업계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rm은 고객사들에 더욱 완성형인 설계를 제공하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퀄컴 등 기존 고객사의 사업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퀄컴 역시 Arm의 설계를 이용하기보다 자체 작업을 우선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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