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약 10일 앞둔 시점에 유력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WP)와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가 전통적인 대선 후보 지지 관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해 언론계와 정치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WP와 LAT는 대선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중립을 선언하며 독자들에게 직접 판단할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변화는 두 언론사가 각각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패트릭 순시옹에게 인수된 이후 새로운 경영 방침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두 미디어의 언론보도가 해리스에 우호적인 보도를 쏟아내며 친 민주당 성향을 보여왔따는 점과 최근 해리스의 지지도가 곤두박칠치면서 패색이 짙어지고,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나왔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WP의 해리스 지지 사설 게재 거부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WP는 그간 대선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온 전통을 깨고, 올해는 대선 후보 지지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WP의 논설팀은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으나, 베이조스가 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WP는 26일 "논설실장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썼지만, 사주인 베이조스가 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WP의 윌리엄 루이스 CEO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WP가 1960년대까지 지켜온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이스는 베이조스가 2013년 WP를 인수한 이후, 작년부터 CEO로 합류해 편집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내부 간부들과 언론계 비판
WP의 지지 철회 결정은 편집과 논설 파트를 맡은 간부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WP의 전 편집장 마틴 배런은 소셜미디어에 "민주주의 희생의 순간"이라며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간부였던 로버트 케이건은 "이번 결정은 유력 후보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독립성을 저버린 것"이라며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했던 WP의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LAT도 지지 발표 중단, 내부 갈등 격화
LAT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지지 발표를 포기했다.
LAT의 소유주 패트릭 순시옹은 "독자들에게 분명하고 비당파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후보 지지에서 물러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LAT의 논설실장 마리엘 가르자는 사임하며 "침묵을 강요받는 환경에 반대하기 위해 사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순시옹의 딸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결정은 특정 후보 지지를 반대하는 의미가 아니며, 해리스 후보의 중동 정책과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지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앞두고 언론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
WP와 LAT의 이번 결정을 놓고 언론계와 정치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아마존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마찰을 겪었고, 미 국방부와의 100억 달러 클라우드 계약에서 탈락하면서 트럼프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해 소송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WP의 대선 후보 지지 포기 발표가 있고 수 시간 후, 트럼프는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간부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결정을 둘러싼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립성 선언에도 계속되는 비판
루이스는 WP의 결정이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9월 30일 카멀라 해리스를 "유일한 애국적 선택"이라며 공개지지하면서 WP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NYT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도덕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비판을 가했다. 이와 같은 타 언론의 입장 발표는 WP와 LAT의 중립 선언을 더욱 부각시키며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WP와 LAT의 중립 선언은 언론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WP와 LAT가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 때문에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한 것이라면, 적어도 지난 수십년간 행해왔던 특정 후보 지지 관행에 대해 잘 못된 관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했다.
그래야만, 수년 후 ' 그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것은 언로사주 때문이었다'면서 이전의 관행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함으로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