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원하지만, 그의 무역전쟁이 연준 의장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인하해 관세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지 않으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해임을 위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이 파월의 임기가 끝나기 전 그를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둘째, 트럼프의 무역전쟁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더 이상 쉽게 단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준은 금리 인하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두 사람을 충돌 코스로 몰아넣고 있으며,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철회하거나 경제가 관세의 충격으로 실제 휘청거리기 전까지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하원의원을 지낸 공화당의 패트릭 맥헨리 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연준 의장이 맡아야 할 가장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역전쟁은 백악관과 연준 간 치열한 대립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전례 없는 법적 충돌이나 연준의 금리 결정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의장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의장)

트럼프는 1기 임기 중에도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를 내리라고 반복 압박했지만, 실제 해임하지는 않았다. 이는 연준이 결국 방향성 면에서 트럼프의 바람대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나 폭이 대통령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파월은 정책 차이만으로는 해임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통령이 요구하더라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이번 2기 임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보직에 충성심이 강한 인사를 기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제도적·법적 선례를 훼손할 의지도 더 강해졌다. 법무부는 연준 의장을 포함한 규제 기관 임명자들이 정책적 이유로 해임될 수 없게 했던 90년 된 법적 원칙을 무효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 주 초 파월 의장이 "무역전쟁의 여파를 관리하는 데 있어 연준이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신중히 언급하자, 트럼프는 목요일 소셜미디어에서 "파월의 임기 종료일이 너무 늦게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내가 그를 해임하고 싶다면 아주 빠르게 해고할 수 있다.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단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연준이 지금 금리 인하로 이를 보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파월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할 여지는 고려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파월 전 고문이자 현재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 소속인 존 포스트는 "트럼프는 법원, 대학, 외국, 우방과 적 모두가 자신의 뜻에 따르길 원한다. 연준만은 예외가 되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위기의 가능성은 불편할 정도로 높다"고 덧붙였다.

포스트는 "이 싸움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연준이 쉽게 굴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헌법학자들도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파월 역시 "정책 차이로는 해임될 수 없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법에 의해 보장된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로 파월 해임을 추진한다면, 파월은 개인 자금을 들여서라도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문제는 결국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설령 단기적 충돌은 피하더라도, 트럼프는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파월의 후임 지명을 통해 연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힐 기회를 얻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트럼프가 1기 때보다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관세를 단독으로 부과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연준에게 어려운 도전 과제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공급 충격(supply shock)에 대응해 금리를 조정하는 일은 중앙은행에게 가장 어려운 정책 중 하나다. 무역전쟁은 상품과 서비스 생산 능력을 줄이면서 동시에 수요를 약화시켜 고용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문제인지를 판단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는 어느 쪽이든 한쪽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쪽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4월 2일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 발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일각에서는 연준이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성공적인 국채 입찰과 4월 9일 트럼프의 90일 관세 유예 발표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연준과 백악관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포스트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나 실업률 악화가 발생하면 연준이 해결할 수 있는 '빠른 해법'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파월을 임기 내 해임하는 것은 핵폭탄급 조치로, 대통령이 원하는 효과를 거의 얻지 못하면서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맥헨리는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기에 그런 조치는 매우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이 연준과의 법적 충돌을 유발하면 시장 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의회 내 입법 추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으며, 향후 중앙은행 이사진 구성에도 과도한 정치적 개입과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며 "리스크에 비해 얻을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프랭크 루카스 하원의원(오클라호마)은 "연준은 매우 똑똑하고 고집 센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며, 자신이 주도하는 통화정책 태스크포스가 연준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루카스는 "그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연준이 창설될 때 해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