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꾸준히 이어지며 경제를 지탱 - 당장은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며, 현재까지는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카일 브룩스(30)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이 자신이 매니저로 근무 중인 워싱턴 D.C. 고급 레스토랑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지는 않았다. 브룩스는 "아직까지는 어떤 부분에서도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4% 급증했다. 자동차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음식점과 의류 매장 등에서도 매출이 늘었다. 다만 이 수치는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기 이전의 수치다. 이후 일부 관세가 유예되기도 했다.
관세 발표 이후에도 소비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사용 분석에 따르면, 4월 19일로 끝나는 한 주 동안 항공사 이용 지출은 전년 대비 13% 이상 감소한 반면, 온라인 전자제품 구매는 7.5% 증가했다. 전체 카드 지출은 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경제를 견인해온 고소득층은 임금 상승에 힘입어 여전히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의 리즈 에버렛 크리스버그 소장은 전했다. 특히 상위 5% 고객의 소비는 약 3% 증가해, 주식 포트폴리오 하락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가 올해 크게 악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대비 급락했다. 또한 비즈니스 리서치 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3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크게 하락했으며, 특히 향후 기대지수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 심리가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는 2021년 중반부터 2022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 급등 속에서도 급락했지만, 소비는 크게 줄지 않았다.
크리스버그 소장은 "여론조사 결과는 하향세인데 소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튼헤드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79세 은퇴 제조업 경영인 월트 로버트슨은 지역사회에서 경기 침체의 징후를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힐튼헤드 아일랜드에서는 골프 티타임을 잡기도 어렵고, 레스토랑 예약도 힘들다"며 "우리 동네에서는 소비가 여전히 활발하다"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친구들 역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식당에 가면 한 번 식사에 수백 달러가 나오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에 대한 인식은 백악관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은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느끼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로버트슨은 아들이 최근 물가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자신은 관세를 통한 제조업 일자리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조만간 경기 둔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관세로 인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소비를 늘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후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소비자들은 지금 경제 절벽 끝에 서 있다"며 "정부의 설득이 없으면 결국 가격 상승과 주가 하락에 밀려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도 상황 악화를 대비하고 있다. 하기스 기저귀와 클리넥스 티슈를 제조하는 킴벌리클라크는 최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필수품 구매 시 가격을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은 국내 여행 수요 감소를 이유로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넘기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이미 높아진 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워싱턴 D.C. 레스토랑 매니저 브룩스는 향후 소득이 감소할 경우 와인 소비를 줄이거나, 추가 교육 과정을 미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52세 마케팅 종사자이자 세 자녀의 엄마인 알리시아 로건은 최근 투자 계좌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부 공격과 고위 관리들의 비공식 대화 앱 사용 논란 이후 국가 방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로건 가족은 최근 아마존 구매를 줄였지만,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중고차를 구매했다. 종합적으로는 소비를 이전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건은 "우리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평생 처음으로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