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진전 있었다"... 중국 "공식 협상 프로세스 시작" 발표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마무리한 가운데,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월요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양국이 정기적인 논의를 위한 '경제·무역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끈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는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과의 장시간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센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광. 자료화면)

그리어는 "우리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합의에 도달한 점을 보면, 양측의 견해 차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대중국 관세를 부과한 이유였다"며, "이번 합의는 그 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를 "제네바에서 발표된 미국-중국 무역 합의"라고 명명했다. 성명에는 베센트와 그리어의 발언만 포함되었으며,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이 정기 협의를 위한 '경제·무역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월요일에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악화된 미중 관계 속에서 드문 일이다.

이번 회담은 토요일 최소 8시간, 일요일에도 수시간에 걸쳐 이어졌으며,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의 무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중국산 제품에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매기며 양국 간 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이러한 갈등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고, 중국 경제를 심각한 침체 위기로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첫날 이후 소셜미디어에 "중국과의 매우 훌륭한 만남이었다"며,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많은 합의가 있었다. 매우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완전한 리셋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 시장이 미국 기업에 개방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을 양국 관계 정상화보다는, 미국이 실제로 긴장 완화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는 계기로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 교류하는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은 고율 관세를 낮추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길 원한다는 입장이다.

허리펑 부총리는 회담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 사항, 즉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 선박에 부과된 새로운 항만 수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중국 국영 해운회사인 코스코(Cosco) 관계자들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당국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회담에는 허 부총리 외에도 트럼프 1기 때 무역협상에 참여했던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 최근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중국 대표였던 리청강 신임 무역대표, 그리고 미국의 펜타닐 관련 우려에 대응한 왕샤오훙 공안부장도 참석했다.

일부 양측 대표단은 토요일 회의 중 일찍 자리를 떠났지만, 베센트와 그리어는 남은 중국 대표단과 1시간가량 추가 논의를 이어갔고, 이후 현장에서 양측 일부 인사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심에는 양측이 각자 팀과 함께 인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회담은 스위스 주제네바 유엔대사의 관저에서 진행되었으며, 주변은 대규모 보안 인력이 배치된 가운데 검은색 차량에 탑승한 양국 대표단이 속속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간 "145% 이상 관세는 더 올릴 수 없으니 결국 내려갈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80%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여전히 상당한 '상호적 관세'를 유지하겠지만, 34%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며 중국의 제조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비판해왔고, 미국 내 펜타닐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을 지목해왔다. 미국은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중국이 이 두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약속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