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의료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의 CEO 앤드루 위티(Andrew Witty)가 전격 사임했다. 회사는 위티의 사임 이유를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밝혔으며, 회장직을 맡고 있던 스티븐 햄슬리(Stephen Hemsley)가 즉시 CEO직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는 이날 발표에서, 위티가 CEO에서 물러나며 햄슬리가 회장직과 CEO직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밝혔다. 위티는 향후 햄슬리의 선임 고문(senior adviser)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회사의 심각한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 속에서 단행됐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지난 4월 17일 실적 발표에서 월가 전망치를 하회하는 이익을 발표했고, 이후 주가는 하루 만에 22% 급락하며 약 1,19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추가로 17% 하락해 총 손실은 약 1,900억 달러에 달한다.
해킹·총격·조사...위티 체제, 악재의 연속
2021년 유나이티드헬스 CEO에 취임한 위티는 이전에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재임 기간 동안 회사는 기술 자회사 '체인지 헬스케어(Change Healthcare)'가 대규모 해킹을 당해 미국 의료 시스템 전반이 마비됐고, 임원 피격 사건까지 발생하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유나이티드헬스의 사업 관행과 관련해 다수의 반독점 및 메디케어 청구 방식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익 전망 철회...2026년부터 회복 기대
회사는 이날 위티의 사임과 함께 지난 4월 17일 발표했던 2025년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는 조정 주당순이익을 기존 전망치(29.50)보다 낮은 26.50달러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철회된 상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메디케어 신규 가입자의 의료비가 예상보다 높고, 1분기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보험 서비스에서 진료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6년부터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 햄슬리 복귀...월가 "안정성 기대"
햄슬리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유나이티드헬스의 CEO를 맡았으며, 재임 기간 동안 회사를 단순 보험사를 넘어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복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설계한 전략 중 하나는 유나이티드헬스 산하 보험사가 자회사 의료진에게 환자를 진료하게 하여 내부 자원을 통합 운영하는 모델이다. 햄슬리의 복귀는 이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햄슬리는 "앤드루 위티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이끌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회사는 헬스케어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장률 목표인 연 13~16% 달성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독립이사 대표인 미셸 후퍼는 "햄슬리는 전략적 비전과 운영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리더"라며 복귀를 환영했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A) 부문, 실적 악화의 핵심
현재 유나이티드헬스의 실적 악화 핵심에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사업이 있다. 이 부문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진료비 청구 시스템에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쟁사들도 일부 메디케어 문제를 겪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추가적인 문제를 보고하지 않아 유나이티드헬스만 유독 고립된 모습이다.
위티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강력한 연간 전망"을 제시했으나, 4월 실적 발표에서 갑작스레 실망스러운 성적을 발표하며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비판 직면했던 위티...두 번째 CEO 자리도 불명예 퇴진
위티는 매끄러운 화법과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평가받았지만, 보험업계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전 CEO들과 달리 사내에서 경력을 쌓기보다는 외부 인사로 영입된 그는 2018년부터 유나이티드헬스 산하 옵텀(Optum) 헬스 서비스 부문을 이끌다 CEO에 올랐다.
그는 2024년 체인지 헬스케어 해킹 사건과 관련해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장시간의 질의를 받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발생한 브라이언 톰슨 임원 피격 사건 이후에는 직원들을 위로하고 회사의 명예 회복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계속됐고, 미 법무부는 회사의 반독점 및 메디케어 청구 관행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척 그래슬리는 저널 보도를 인용해 유나이티드헬스에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신임 메디케어청장 메흐메트 오즈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유나이티드헬스의 청구 문제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조사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정치권 비판에 강경 대응...SEC 신고까지
유나이티드헬스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대해 "오정보(misinformation)"라며 반박했고,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유나이티드헬스의 진료 거부 문제를 언급하자 이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하기도 했다.
당시 애크먼은 회사 주식을 공매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유나이티드헬스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주가도 하락 후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4월 실적 발표 이후 경쟁사들은 별다른 추가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고, 이에 유나이티드헬스만 주가가 급락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