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의 한 창고에서 도매상품을 판매하는 'Half-Off Wholesale'의 CEO 에드가 구즈만은 2년 가까이 낯선 사람들의 전화를 받아왔다. 그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그가 운영한다는 광고를 보고 물건을 주문했지만, 정작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였다. 그러나 구즈만은 이들에게  "우리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사기를 당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그가 운영하는 진짜 회사는 실제로 이러한 광고를 내지 않았다. 사기범들이 회사 명의와 창고 사진, 주소 등을 도용해 광고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는 메타에 수백 번 페이지를 신고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광고 속 '사기 천국'...메타, 글로벌 사기 허브로 부상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 플랫폼스는 현재 전 세계적인 온라인 사기 생태계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내부 문서 및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메타는 글로벌 범죄 조직들이 대규모 사기를 벌이는 주 무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메타

(메타 페이스북. 자료화면)

미국 대형은행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P2P 송금 플랫폼 젤(Zelle)에 따르면, 2023년 여름부터 2024년 여름까지 발생한 사기 피해 사례 중 거의 절반이 메타 플랫폼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호주 당국도 유사한 결과를 보고했으며, 메타 내부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신규 광고주의 70%가 사기, 불법 상품 또는 '저품질' 상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사기 광고, 대부분 중국·베트남·필리핀 등에서 발행

구즈만의 사례처럼, 사기 광고는 대개 중국,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운영되며, 실제 존재하는 기업의 사진과 주소를 도용한다. 최근 1년간 메타의 광고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그의 회사 주소를 사용한 광고는 4,400건 이상이었으나, 구즈만 본인이 집행한 광고는 15건에 불과했다.

메타는 지난해 광고 사업에서 22% 성장하며 1,600억 달러(약 220조 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이에 따라 광고주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일부 사기 광고 계정은 '최대 32회까지 사기성 행위로 인한 자동 경고(strike)'를 받고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는 내부 문서도 확인됐다.

마켓플레이스, 크레이그리스트 제치고 사기 온상으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인터넷 최대 무료 중고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개인 간 거래 방식으로 인해 사기범들의 주요 무대로 자리잡았다. 메타 측 대변인은 "사기 규모와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안면 인식 기술 실험, 경고 메시지 도입, 금융기관 및 IT 기업들과의 협업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타는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송 대응 문서에서 "메타는 사용자 보호 의무가 없으며, 플랫폼 내 사기 콘텐츠를 제거하지 않은 것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직 검찰관이자 미국평화연구소 보고서 공동저자인 에린 웨스트는 "이 범죄 산업의 확산은 메타의 방관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교해지는 사기 수법...명품, 향신료, 강아지까지

최근 몇 달 간 메타 플랫폼에서는 유명 향신료 브랜드 '맥코믹'의 이름을 도용한 허위 경품 이벤트가 확산됐다. 사용자들은 $9.99의 배송비만 내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카드 정보를 입력했고, 수백 달러의 부정 결제가 이뤄졌다. 수많은 피해자가 댓글로 "왜 페이스북은 이런 사기를 단속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또한 가장 흔한 사기 중 하나는 강아지 판매다. 페이스북 광고에서 수천 건의 '무료 입양' 광고가 발견되었으며, 대부분 실존하지 않는 동물 사진과 '내 지역에서 판매 중'이라는 거짓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카메룬 등 해외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기 단속보다 광고 수익 우선..."우선순위에서 밀렸다"

WSJ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메타는 2022년 이후 사기 대응 우선순위를 낮추고, 자살·자해 방지 및 인신매매 콘텐츠 대응에 더 많은 리소스를 배분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 그룹 내 사기 콘텐츠 검토 비율이 4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메타는 2023년에 2백만 개 이상의 사기 계정을 제거했으며, 차단한 광고 계정 중 약 70%는 생성 후 1주일 내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섹션 230 보호 아래 '무책임'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항(section 230)은 플랫폼이 사용자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메타는 이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의 억만장자 앤드루 포레스트는 메타가 자신의 얼굴과 음성을 도용한 가짜 투자 광고를 방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사건은 현재 미국 법원에서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가리고 있다.

메타는 소송에서 "광고주가 신원 인증이나 라이선스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