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을 초월한 협상 끝에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가결 가능성 높아져
미국 상원이 5월 19일(월)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관한 암호화폐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절차 투표(cloture vote)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발의됐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 16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표결은 66대 32로 가결되며, 향후 본회의 통과 및 하원 심의를 앞두게 됐다. 해당 법안은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미국 최초의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공화당 빌 해거티(테네시) 상원의원이 주도했으며, 민주당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이번 절차 투표는 양당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미국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절차 투표는 지난번 민주당의 반대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주말 동안 양당 협상팀이 법안 일부 조항을 수정한 새 초안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입장을 바꿔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에 나선 민주당 의원은 질리브랜드 외에도 루벤 갈레고(애리조나), 마크 워너(버지니아),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코리 부커(뉴저지) 등 총 16명이다. 반면,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 제리 모란(캔자스) 의원은 반대표를 던지며 당론에서 이탈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 법안은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연루 의혹을 외면하고,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훼손한다"며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투표 직전 질리브랜드 의원과 격론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 참여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마크 워너 의원은 "정치적 의혹은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상원을 최종 통과하면, 다음 단계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다. 하원에서는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금융서비스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며, 양원 간 법안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법안 최종 표결은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