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매년 집행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추적 불가'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권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폭스뉴스(FOX)가 보도했다.

4.7달러, 어디로 갔나?... 머스크의 DOGE, 문제 지적

WSJ에 따르면, 올해 초,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 부처(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미 재무부에서 집행된 약 4조 7,000억 달러 규모의 지출이 재무 계좌 식별코드(TAS, Treasury Account Symbol) 없이 처리됐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출의 출처 및 용처를 파악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재무부와 DOGE는 지난 2월 공동 발표를 통해 앞으로 모든 지출에 TAS 코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세금이 실제 어디에 사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머스크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머스크, 자료화면)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달 초 하원 세출위원회 금융서비스·정부관할 소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재무부가 매년 처리하는 15억 건의 지출 중 3분의 1 이상이 TAS 번호 없이 집행됐다"고 증언했다.

공화당 의원들, "충격적이지만 놀랍지 않아"

FOX는 재무부의 약 50만 건에 달하는 연간 '비추적 지출'에 대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응을 물었다.

로저 마셜 상원의원(R-캔자스)은 "놀랍지도 않다"며 "회계 작성 시 필수 항목조차 공란으로 두는 관행은 정부의 전반적인 태만을 보여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R-미주리)은 "정부의 낭비, 사기,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다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LEDGER 법안 발의... "모든 정부 지출 추적해야"

DOGE와 재무부의 공동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마셜 의원과 릭 스콧 상원의원(R-플로리다)은 지난 3월 *정부 지출기록 전수 추적법(LEDGER Act, Locating Every Disbursement in Government Expenditure Records)*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모든 재무부 지출에 대한 완전한 추적을 의무화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콧 의원은 "이런 기사를 보면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누군가의 피땀 어린 세금인데, 정부가 어디에 썼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국가 부채가 거의 37조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예산보다 많은 이자비용... "위기의 분기점 도달"

댄 설리번 상원의원(R-알래스카)은 "2025 회계연도 미국의 국채 이자 지급액은 9,520억 달러로, 국방예산 8,500억 달러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다리를 짓거나 F-35 전투기를 생산하는 데 쓴 것이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며 "이는 제국의 쇠퇴가 시작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경고했다.

아이콘으로 떠오른 머스크, 백악관에서도 영향력 과시

한편,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첫 국무회의에 참석해 "Tech Support(기술 지원)"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정부 지출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실수나 행정 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부 재정 운용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재무부와 의회 간의 치열한 진실 공방과 제도 개편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