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북, "불안정 초래하는 군비 경쟁" 경고... 우주 전장화 우려도 고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황금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망 구상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장국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해당 구상이 "위험한 군비 경쟁을 유발한다"며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 지상 기반 요격체와 위성 기반 감시 체계를 결합한 포괄적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방어망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위협에 대응할 목적으로 구상됐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북한 역시 극초음속 무기와 우주 공간 내 미군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상호 군사 협력도 강화 중이다.
북한은 27일 성명을 통해 황금 돔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 계획"**이라고 비판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달 초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 안정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략적 안정성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세 국가는 모두 트럼프의 우주 기반 요격체 계획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며, 이는 우주를 군사화된 전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핵무기 확산 우려... 방어망은 착각"
전문가들은 황금 돔과 같은 포괄적 미사일 방어망은 오히려 상대국들의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증강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군축 조약도 내년에 만료될 예정이어서 모스크바가 핵탄두 배치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군축연구소(UNIDIR)의 선임연구원 파벨 포드빅은 "미사일 방어라는 환상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는 착각을 줄 뿐"이라며 "상대국들은 수백, 수천 개의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므로, 결국 양쪽 모두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위협 현실화... 중국은 이미 우주서 교전 시도"
미국은 기존 방어체계로는 첨단 위협을 방어하기 어렵다며 황금 돔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주군 인도·태평양 사령관 앤서니 마스타리어 준장은 27일 호주에서 열린 우주 회의에서 "중국 위성들이 우주에서 도그파이트(공중전) 방식의 기동을 수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중국은 미군과 동맹을 우주에서 직접적으로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 확증 파괴'로는 부족... "억제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지금까지 미사일 방어는 북한 등 **'불량국가'**를 상대로 한 억제 수단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트럼프의 황금 돔 구상은 사실상 핵 억제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은 탐지·요격이 어렵기 때문에 방어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다. 중국은 2021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으며, 속도는 시속 15,000마일(약 마하 20)을 넘겼다.
러시아도 경계... "요격은 불가능하다" vs "일부는 가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8년 자국의 극초음속 무기를 소개하며 "미국의 방어 시스템으로는 절대 요격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MIT 핵안보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발사 초기 단계에서 속도가 느릴 때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러시아 전역의 발사 지점에 근접 배치된 요격체가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로, 11개 시간대 전역에 걸쳐 감시와 요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한계다.
북한의 위협도 증가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를 사거리 안에 둔 ICBM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더 긴 사거리와 고위력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지속 개발 중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핵무장 수중 드론, 전술무기 개발도 진행 중이나, 아직 전투 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현재 방어 체계
- 지상 요격체: 알래스카, 캘리포니아에 다수 배치
- 이지스 시스템: 해상에서 ICBM 요격 가능 (이스라엘 공격 대응 사례 있음)
- 패트리어트, 사드(THAAD): 단거리·고고도 요격체 (한국, 괌 등 배치)
- 루마니아, 폴란드: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 설치
트럼프 대통령이 3년 내 황금 돔 체계 완성을 목표로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험한 착각'... 우주 전쟁 촉발 우려도
미국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북한의 ICBM 1~2기를 요격하기 위해서만도 1,000개 이상의 우주 기반 요격 위성이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국을 상대로 방어하려면 수만 기의 위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우주 요격 시스템을 공격용 무기와 구분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미국이 방어망에 의존해 공격적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