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플, 美정부와 약속한 뒤에도 中국영기업에 핵심 기술 이전... 미-중 기술전쟁의 민낯

미국의 자율주행 트럭 선도업체였던 **투심플(TuSimple)**이 미국 정부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영기업에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단독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후 투심플은 자진해서 미국 내 사업을 철수했고, 보유 트럭을 매각한 뒤 나스닥에서도 상장 폐지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단독 입수한 다수의 사내 이메일과 채팅 기록에 따르면, 투심플은 2022년 2월 미국 정부에 기술 차단을 약속한 직후, **중국 북汽그룹(BAIC)의 자회사 포톤(Foton)**에 대량의 자율주행 데이터와 설계 자료를 전달했다.

투심플

(투심플. X)

"중국 쪽에서 아주 세부적인 정보를 원하고 있다. 꽤 시간이 걸린다."
투심플 미국 본사 직원 샤오링 한(Xiaoling Han)은 사내 동료와의 채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톤은 텍사스 일대에서 수행된 자율주행 테스트 데이터를 요청했고, 투심플은 이를 제공했다.

美기술로 성장한 기업, 中에 데이터 이전... 투자금도 유출

투심플은 중국인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미국 트럭 운송시장에 특화된 기술과 규제 완화 환경, 풍부한 투자 자본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UPS, 폭스바겐, 나비스타 등 굴지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2021년에는 14억 달러를 조달하며 자율주행 트럭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됐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중국 스타트업 하이드론(Hydron)**과 인력, 오피스를 공유했고, **샤오디 허우(Hou)와 모 첸(Chen)**은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동시에 기업을 운영하며 양측 기술을 넘나들었다. 특히 하이드론은 중국 국영 포톤과 자율주행 트럭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美 국가안보 협정 체결 후에도 기술 계속 넘겨

투심플은 2022년 2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가안보 협정을 체결하며, 중국 측과의 기술 분리·차단, 방화벽 설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WSJ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후 6개월간 지속적으로 설계도, 자율주행 알고리즘, 서버 사양, 브레이크·조향 시스템 정보 등 핵심 기술을 공유했다.

특히 미국 파트너사인 **나비스타(Navistar)**와 협의하여 개발된 트럭 제어 시스템의 설계도까지도 포톤에 전달된 정황이 문서에 담겨 있다.

투심플은 최종적으로 CFIUS 조사에서 협정 자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기타 위반 사항으로 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美기술통제 체계 한계... 법 개정 및 정책 변화 계기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의 중국계 기업 관리 체계가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며, 바이든·트럼프 양 행정부 모두 기술 통제 강화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위험 기업을 감시하는 협약 체계를 폐지하라고 지시했고,
  • 상무부는 2025년 초 중국과 연계된 인터넷 기반 자동차와 부품의 수출 및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 **상용차(트럭 포함)**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美 투자 유치로 성장한 후 기술·자본 '중국 송금'

투심플은 미국에서 조달한 수억 달러를 중국으로 이체했고, 주요 창업자들은 중국 내 새로운 인공지능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애니메이션용 AI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샤오디 허우는 최근 미국 텍사스에 '봇 오토(Bot Auto)'라는 신생 자율주행 트럭 회사를 설립했고, 전직 투심플 인력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자금 일부는 중국계 자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첸과 CEO 청 루(Cheng Lu)는 2024년 9월 중국 기자회견에서 "미국 조사는 대수롭지 않다"며 전면 부인했고, 하이드론과의 연계성도 부인했다. 그러나 법률 자문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회사 간에는 인력·기술 공유 등 광범위한 연계성이 확인됐다.

美당국, SEC·FBI·상무부 동시 조사 착수

  • 2022년부터 FBI와 SEC가 하이드론과의 관계를 수사 중이며,
  • 상무부는 엔비디아 AI칩의 중국 수출 시도를 차단하고 별도 조사를 시작했다.
  • 투심플은 SEC와의 합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수출 통제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국방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 분리와 차단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