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행정대학원, 중국 공직자들이 선호하는 출세 코스로 부상

수십 년간 미국의 주요 대학들, 특히 하버드는 중국 공산당 관료들에게 거버넌스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수요일, 중국발 비자 신청 요건을 강화하고,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주요 전략 분야를 공부하는 유학생의 비자를 적극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공산당 연계를 판단할지, 어느 수준까지가 비자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이 조치가 "중국 유학생들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하버드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자료화면)

하버드는 수십 년간 중국의 장차관급 공직자들이 선호하는 교육 기관이었다. 중국 내에서는 하버드를 "중국 밖 최고의 당교(黨校)"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의 무역 협상 대표였던 류허 전 부총리, 리위안차오 전 부주석 등도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동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 학생 비율을 15%로 제한하고, "미국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하버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가 공산당과 협력했다며 외국 유학생을 등록시킬 권한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하버드 측에 30일 내 이의제기 기회를 줬으며, 현재 하버드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 유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내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학계를 통해 지식과 전략을 수집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국 대학들이 좌파·진보 이념의 본산지라며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버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의 중견·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수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1998년에 시작된 중고위급 공무원 대상 프로그램은 매년 약 20명의 고위 간부들이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다.

2000년대 초에는 중국 칭화대와 공동으로 운영한 '중국 발전의 지도자 과정(China's Leaders in Development)'도 출범했다. 하버드 구간에서는 공공관리, 경제발전, 사회정책 등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됐고, 미 정부기관 방문도 포함됐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이미 1980년대부터 중국 유학생을 받아들였으며, 2002년에는 리위안차오 전 부주석이 위기관리 과정을 수강한 바 있다. 그는 "하버드에서 배운 덕분에 귀국 후 독극물 사건을 36시간 만에 해결하고 200여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2009년 하버드 방문 당시 연설에서 회고했다.

류허 전 부총리는 1995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 석사를 취득했다. 현 정치국 위원 리홍중도 1999년에 단기 과정을 이수했다.

중국 내에서도 하버드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시진핑 주석의 딸 시밍쩌는 2010년대 초 하버드에 익명으로 입학해 학부를 마쳤고,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 알빈 장, 보시라이 전 정치국 위원의 아들 보과과도 하버드에서 수학했다. 보과과는 2012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마쳤으나, 그 해 그의 부친 보시라이가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

하버드의 중국 네트워크는 학계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케네디스쿨 전 학장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최근 1년 동안 시진핑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직접 면담하며 미중 관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