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연말을 기점으로 그렉 아벨(Greg Abel)을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차기 CEO로 지명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또 다른 승계 퍼즐로 향하고 있다. 바로, 버크셔의 보험 제국을 이끌어온 아지트 자인(Ajit Jain)의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문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아지트 자인은 버크셔의 보험 사업을 설계하고 성장시킨 핵심 인물이었다. 그의 뛰어난 리스크 가격 책정 능력은 시카고의 최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한 테러 보험, 펩시의 10억 달러 복권 보험, 메이저리그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 부상 시 보험 등 독창적인 상품들로 구현되었고, 이는 버크셔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워런 버핏

(워런 버핏. 자료화면)

워런 버핏은 자인을 두고 "크립토나이트도 통하지 않는 인물"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73세인 자인은 지난해 이미 이사회에 후계자 후보 명단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시장에서는 그가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유력 후계자 후보들

버크셔는 공식적으로 자인의 후임자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몇몇 인물이 거론된다.

브랜든(Joe Brandon) - 알레가니 CEO
올해 66세인 브랜든은 2022년 버크셔가 인수한 알레가니(Alleghany)의 CEO다. 과거 버크셔 산하 재보험사인 제너럴 리(Gen Re)를 7년간 이끈 경험이 있다. 과거 Gen Re 관련 회계 조작 혐의로 사임한 바 있지만, 본인은 기소되지 않았다. 보험 업계와 버크셔 내부에 모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드 컴스(Todd Combs) - GEICO CEO
54세인 컴스는 현재 GEICO를 이끌며 버크셔의 투자 자산 일부를 관리하고 있다. 그가 GEICO를 맡은 이후 기술 혁신과 수익 개선을 주도했으며, 버핏도 그의 성과를 "환상적"이라 평했다. 다만, 복잡하고 고가 보험 상품 경험은 제한적이며, 향후 투자 책임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피터 이스트우드(Peter Eastwood) - 버크셔 해서웨이 스페셜티 인슈어런스 CEO
AIG 출신으로 2013년부터 BHSI를 이끌며 15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 현재는 150억 달러 이상의 준비금을 보유한 회사로 키웠다. 버핏은 그의 영입을 "홈런"이라 표현했지만, BHSI는 아직 버크셔 내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

카라 레이걸(Kara Raiguel) - 제너럴 리 CEO
52세인 레이걸은 자인이 "비밀 병기"라고 부른 인물이다. 버크셔 재보험 부문에서 자인과 오랜 기간 협업했으며, 2016년부터 Gen Re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리스크에 따른 보험료 조정에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인의 전설적 업적과 과제

자인은 인도에서 성장해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IBM 컴퓨터를 판매하다가 하버드 MBA에 진학했다. 1986년 버핏이 보험 경험이 전무한 그를 채용한 이후, 6개월 만에 재보험 부문을 총괄하게 되었다. 그는 돈이 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철저한 리스크 분석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가 설계한 대형 보험 상품은 막대한 현금 유입을 만들어냈고, 이는 버핏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버핏은 한때 "버크셔 임원들이 모두 바다에 빠졌다면 자인을 가장 먼저 구하라"고 농담했을 정도다.

최근 수년간 연금펀드와 사모펀드 자금이 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격화됐다. 자인은 이에 대응해 상업보험 확대와 GEICO의 수익성 강화로 버크셔 보험 부문을 안정시켰다. 실제로 GEICO는 최근 2년간 버크셔 전체 보험 부문 수익을 압도하고 있다.

투자자 크리스토퍼 블룸스트란(Christopher Bloomstran)은 "자인을 대신할 인물은 돈을 잘 버는 능력보다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크셔는 천문학적 재정 여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 기반은 자인이 쌓은 현금 더미 위에 있다.

전문 보험인 스티븐 캐틀린(Stephen Catlin)은 "자인은 유일무이한 인물이며, 그를 대신할 인물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