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계 반발... 보건장관 "산업 이익 대변하는 기구 안 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자문위원회 전원을 전격 해임했다. 해당 위원회는 성인과 어린이에게 어떤 백신을 언제 접종해야 하는지를 권고하는 핵심 기구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월요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기존 17명의 위원을 모두 교체하겠다"고 발표하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진 성명을 통해 "위원회가 더 이상 산업 이익을 대변하는 '거수기'가 되어선 안 된다"며, 이번 조치가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위원회는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로, 감염병 전문가, 소아과 의사, 역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CDC 국장에게 접종 권고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보건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감염병학회 회장 티나 탄(Tina Tan) 박사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은 무모하고 단견적이며, 공중보건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케네디 주니어

(캐네디 주니어. 자료화면)

전직 ACIP 위원이자 백신 연구자인 캐시 에드워즈(Kathy Edwards) 박사는 "위원회는 철저한 이해충돌 심사를 거치며,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서는 반드시 회피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위원회는 거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 의원도 "이 결정은 무모하고 급진적이며, 과학이 아닌 음모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자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Bill Cassidy)는 "케네디 장관이 상원 인준 전 비공식적으로 ACIP의 권고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CDC는 소아 및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정기 접종 권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캐시디 의원은 "이제 사람들은 백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음모론자들로 위원회가 채워질까 우려하고 있다"며, "케네디 장관과 직접 대화를 나눴고, 향후 위원회 구성 방향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위원회는 이달 말 다시 열릴 예정이며, 그 전에 케네디 장관은 새로운 위원들을 지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