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속도전 돌입... L.A. 포함 전국 곳곳서 체포 작전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공약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의 이민자 일일 추방 건수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백악관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보다 과감하고 광범위한 단속을 지시하며, 전국적인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5월 말, 대통령의 핵심 이민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는 워싱턴 D.C. ICE 본부에서 열린 고위 간부 회의에서 단도직입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 이상 명단이 필요 없다. 거리로 나가 불법 체류자를 체포하라"는 것이다. 밀러는 홈디포나 7-일레븐 등 이민자 밀집 장소를 직접 지목하며 단속 확대를 주문했다.

이 지침 직후, ICE는 로스앤젤레스 웨스트레이크 지역의 홈디포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였고, 이로 인해 주말 내내 L.A.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0명의 주 방위군을 남부 캘리포니아에 배치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최루탄, 고무탄, 섬광탄 등이 동원됐고, 일부 시위대는 고가도로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월요일까지 불안은 계속됐고, 연방 재산 보호를 위해 해병대 병력 700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단속 강화, 정치적 이미지 vs. 현실적 효과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단속을 통해 불법 체류자들의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자 한다. ICE는 자진 출국 시 $1,000를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불법 이민자 추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행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민 전문가 무자파 치슈티(이민정책연구소)는 "군사 작전처럼 진행되는 이번 단속은 실제 추방 수치보다 이미지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ICE의 일일 체포 건수는 상승 중이나, 이민 변호사들과 시민 단체들은 무리한 체포와 인권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마스크를 쓴 민간복 ICE 요원이 법정 밖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이민자를 체포하는 사례, 가택 수색 시 무단 진입 논란, 심지어는 시민권자도 오인 체포되었다가 뒤늦게 풀려나는 일이 보고되고 있다.

법적 절차 생략 논란..."가족·변호사에 통보도 없어"

전국에서 보고된 사례에 따르면, ICE 요원들은 명확한 체포 영장 없이 일반 가정집을 포위하거나, 병원, 학교, 교회 등 민감 지역에서도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는 ICE가 장비 차량과 군복을 동원해 플라이어를 배포한 시민의 가족을 체포하려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법원에 자진 출석한 이민자를 곧바로 체포하는 방식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체포 효율성을 높인다는 당국의 설명과 달리, 이민자들에게 "법을 따르면 체포된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체포 압박에 따른 내부 갈등

트럼프 행정부는 ICE에 일일 체포 목표를 설정하고, FBI 등 다른 연방기관 요원까지 단속에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ICE 내부에서는 훈련된 단속 인원이 약 5,000명에 불과해 무리한 할당으로 인한 과부하와 인력 배치 문제, 사기 저하 등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포·추방 부서를 총괄하던 케네스 제날로가 부하직원 해고 압박을 거부하고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ICE 관계자는 "너무 주목을 받게 되면 대상자들이 신중해지고 체포가 더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단속 작전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체포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