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은 역사상 유례없는 공중전... 향후 전쟁 양상 바꿀 수도

이스라엘은 최근 수일간 이란 전역의 핵심 군사 및 산업시설을 목표로 공습을 감행하며, 공군력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전례와 군사 이론은 공중력만으로는 결정적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전례 없는 방식의 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양국은 사실상 지상군 없이, 공습만으로 충돌을 주고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공습 목표는 이란의 핵무장 저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공습을 통한 압박으로 핵개발 중단에 대한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이란 정권 자체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란 지하 핵시설

(이란의 지하 핵시설. MAXAR )

이스라엘은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이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Fordow)를 파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 후임인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에 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력만으로 가능한가?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수부대 및 정보요원 등의 제한적 지상 개입 외에는 철저히 공습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국 군이 이란과 같은 대규모 국가와 장거리 지상전을 벌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능력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전쟁 개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공습만으로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현대 공군력의 유효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군사 역사학자들은 회의적이다. "공군력만으로는 적국의 통제를 박탈하거나 지역을 점령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 양상을 결정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필립스 오브라이언 교수는 설명한다.

공중전의 한계와 전례

과거 대부분의 주요 전쟁은 공습과 지상전이 병행됐다. 독일의 런던 공습(블리츠), 미국의 베트남 폭격, 1991년 이라크전,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등 모두 지상군과 연계된 공중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은 과거 이라크(1981년), 시리아(2007년)의 핵시설을 공습으로 파괴한 전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국이 핵 프로그램을 은밀히 재건하거나 정권 붕괴 등 외부 변수로 효과가 발생한 경우였다.

예컨대, 이라크의 핵 프로그램은 걸프전(1991) 패전 이후 해체됐고, 시리아는 내전과 함께 핵 야욕을 접었다. 그러나 둘 다 공습만으로 정권 교체나 핵 포기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현재 이란 내부에는 정권 교체를 이끌 야권 세력이나 반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은 생존에 집중하고 있으며, 체제 전복을 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만약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권력을 잃더라도, 그 후계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될 가능성이 높아 더 강경한 군사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의 네 가지 결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이번 전쟁은 네 가지 주요 시나리오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대부분을 물리적으로 파괴해 핵개발을 수년간 지연시키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핵심 시설이 무력화될 경우, 이란의 기술적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에 전략적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란이 지속적인 공습과 피해로 인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핵개발을 포기하는 협상에 나서는 경우다. 이 경우, 외교적 합의를 통해 농축 활동 중단이나 핵사찰 복귀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 정권의 붕괴다.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내부 통제가 약화되면서 체제 자체가 붕괴된다면, 이란의 핵 위협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체제 전복의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여겨지는 불완전한 결과가 있다. 이 경우, 일부 핵시설은 파괴되지만 핵 개발 자체를 완전히 중단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이란은 오히려 더 은밀하고 강경한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재건할 수 있다.

특히 포르도(Fordow)와 같은 산 아래에 위치한 지하 핵시설이 파괴된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지연에 불과할 수 있으며, 이란은 이후 더 깊은 곳, 더 탐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핵개발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공습만으로는 어렵다?

공군력의 절대적 승리를 주장했던 이론가들조차, 결국 "공중우세는 전쟁의 첫걸음일 뿐, 최종 승리는 지상 장악이 동반돼야 한다"고 인정한다. NATO의 코소보 공습조차 현지 반군과의 협력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과거 헤즈볼라와의 전투에서는 공습 외에 지상군과 정보전이 병행됐다.

지금의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전례 없는 공중전이자, 향후 전쟁 양식의 방향성을 시험하는 위험한 실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