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 테더에 강력한 감시와 회계 감사 의무 부과

암호화폐 업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가 미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 원인은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 일명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현금·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의 100% 준비금 보유와 함께 회계 감사 공개를 의무화한다. 그동안 비트코인, 금, 기타 자산으로 준비금을 구성하고 회계 투명성을 회피해 온 테더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보도했다.

 테더, 미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WSJ에 따르면, 테더는 현재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2/3를 차지하며, 약 1,560억 달러 규모의 코인을 발행 중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테더는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암스트롱, 전 연방 검사는 "요건은 명확합니다. 미국 시장에 남고 싶다면 그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Paolo Ardoino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위키)

테더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미국 내에서 별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만든 판, 테더 아닌 서클(Circle)에 유리

지니어스법은 사실상 테더의 미국 내 경쟁사인 서클(Circle)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서클은 이달 초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인 USDC는 테더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 서클의 주가는 34% 급등했다. 반면 테더는 작년 한 해만 미국 국채 이자와 비트코인·금 투자 수익으로 137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지만, 법안 통과 이후 미국 시장에서의 수익성은 불확실해졌다.

지니어스법이 요구하는 조건 요약

  • 100% 안전자산 준비금 보유
  • 연 1회 공인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
  • 규제당국 등록 필수
  • 불법자금 추적·동결 및 고객 신원 확인(KYC) 이행

만약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외 국가의 규제를 따르되, 해당 국가의 규제가 미국과 유사하다고 인정되면 미국 등록 없이도 활동 가능하다. 이에 따라 테더는 본사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엘살바도르로 이전하고, 엘살바도르에서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연결고리, 테더의 마지막 희망?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부켈레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에 합의했으며, 테더는 이 외교적 분위기를 활용해 엘살바도르의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테더의 재무 파트너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전 대표로, 이 회사는 테더의 미국 국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환사채를 통해 테더에 투자하고 있다. 루트닉은 장관 취임 시 이 지분을 자녀에게 넘겼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테더의 우호 세력으로 여겨진다.

 테더, 유럽연합(EU)에서도 규제 회피로 철수

테더는 앞서 EU의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따르지 않고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번 미국 규제 역시 피하고 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 중심의 사업으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테더의 하루 거래량은 1,000억 달러를 넘기며 대부분은 바이낸스(Binance) 등 미국 외 거래소에서 이뤄진다.

미국 정부의 수사 대상이기도 했던 테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재무부와 법무부는 테더가 러시아 무기상이나 하마스 등 제재 대상과 관련한 거래를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수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법안은 테더의 준법 여부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테더 CEO "체포될 줄 알았지만 무사 방문"

테더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2025년 3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며, 뉴욕의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에 오면 체포될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무사히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