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 소비 둔화 등 악재 속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이며,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 주요 무역국들에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중국, 캐나다,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가 발효되자 S&P500 지수는 2월 고점 대비 19% 급락, 4월 8일에는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면서 시장의 불안도 다소 진정됐다. 유가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이후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았다. 미국 평균 관세율은 여전히 18.8%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화면)

경제지표도 극단적 침체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설비·기술 투자와 채용을 지속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GDP)은 둔화되었으나 붕괴 양상은 아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율 기준 GDP 성장률은 0.8%로, 지난해 2.5%에서 크게 하락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제이슨 퍼먼은 "거시경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신호가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도 회복세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들어 전달 대비 16%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대비 18%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설문조사 책임자인 조앤 수 박사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우나, 이전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두려움은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비는 실제로 위축되고 있다. 상무부는 1분기 실질 소비 증가율을 연율 0.5%로 하향 조정했으며, 2분기 들어서도 5월 소비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항공권, 호텔 등 경기 민감 품목 소비가 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둔화는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소매업체, 외식업체, 자동차 회사 등으로 구성된 S&P500 소비재 섹터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월 말까지의 예상치(2.2% 증가)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정책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시장의 안도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관세와 정부 축소 정책은 정체 상태이며, 현재의 핵심 이슈는 공화당의 대규모 세금 및 지출 법안이다. 하버드대 퍼먼 교수는 "지금은 입법 영역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상하게도 더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 건의 대형 법안'이 2017년 감세안이 만료되는 시나리오와 비교해 향후 4년간 투자, 임금, 고용을 모두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주 "관세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미약하다"며, 일부 연준 위원들은 빠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고, 이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고율 관세는 7월 9일까지 유예 상태며, 일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즉시 발효될 수 있다. 특히 캐나다와의 디지털세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반도체, 의약품 등 추가 품목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모닝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레스턴 콜드웰은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4%에서 18.8%로 오른 데 따라,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인플레이션이 2026년 초에는 3.2%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2.3%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아직 미 경제의 '착륙' 시나리오를 걱정하기보다는, 지난해 말부터 두려워했던 '추락'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은 데에 안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기흐름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