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태양광 공급망 기업 50곳 이상 파산... 121개 상장업체 중 3분의 1 적자
중국 최대 태양광 산업 행사인 SNEC PV 콘퍼런스가 최근 상하이에서 열렸지만, 빗속의 침울한 분위기는 현재 업계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4일간 열린 올해 행사는 규모가 확연히 축소되었고, 예산 제약 등으로 주요 기업 다수가 불참했으며, 지난해 기조연설을 맡았던 롱지(LONGi)와 퉁웨이(Tongwei)의 CEO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3대 성장 산업'이라더니... 가격 폭락·공급 과잉·미국 관세에 직격탄
태양광 산업은 전기차 및 리튬 배터리 산업과 함께 중국의 '신 3대 성장 엔진'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내수 공급 과잉과 가격 전쟁, 미국의 수입 규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공급망 전반에서 제품 가격은 2023년 고점 대비 2024년에 60~80% 급락했으며, 상장된 121개 업체 중 39곳이 적자 상태다.

트리나솔라(Trina Solar)의 가오지판 회장은 "태양광 밸류체인에서만 약 400억 달러, 기타 관련 사업 포함 시 약 6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진넝 클린에너지 테크놀로지(Jinneng)의 양리유 대표는 "침체가 예상보다 길고 깊어졌다"며 산업 전반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사 진코솔라(Jinko Solar)의 주가는 올해만 30% 하락했고, 2022년 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했다. 자국 내 경쟁사인 자솔라(JA Solar), 롱지, 퉁웨이, 트리나솔라, GCL 역시 2022년 이후 최대 80% 하락했다.
절반 이상이 파산하거나 적자... 미국 수출길 막히자 해외 진출로 눈 돌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생산 능력의 8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만 해도 태양광 공급망 내 50곳 이상이 파산했으며, 미국의 추가 관세는 동남아 우회 생산까지 막으며 수출 전략에 큰 타격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InfoLink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수출은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8% 감소했으며, 4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에서 수출이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사들은 관세 우호 국가(유럽, 남미, 중동)로 현지 공장을 이전하거나 사업 다각화 및 생산량 감축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NEC 행사에서는 아르헨티나, 호주, 독일, 필리핀 등 해외 연사들이 초청되어 자국 시장의 잠재력을 소개했다. 다수의 중국 기업들은 단순 수출 대신 현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해외 공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국이 목표"... 하지만 동남아 우회생산도 '좌초 자산' 전락
현재 중국의 해외 생산 능력 대부분은 동남아에 집중돼 있으나, 미국이 이들 지역 출신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S&P 글로벌의 유신 애널리스트는 "정책 우호성과 수요를 고려하면 중동·아프리카가 유리하지만, 미국만이 실질적 이윤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롱지의 장하이멍 부사장은 "결국 목표는 미국"이라며, "미국 외 시장은 수익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판매를 위한 공급망 재편은 채굴·가공·모듈 조립 등 복잡한 전 과정을 수반하기에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셀 및 모듈 조립은 비교적 이전이 쉬우나, 관세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배터리·수소 등 클린테크 확장 시도... 그러나 과잉 경쟁은 이쪽도 마찬가지
태양광 산업 내 주요 기업들은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수소 에너지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SNEC 콘퍼런스에서는 에너지 저장 포럼이 처음으로 열렸고, CATL, BYD, EVE에너지 등 주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부스를 설치했다. 롱지와 밍양 스마트에너지도 수소전해조 제조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 역시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리튬 배터리 제조사 REPT 배터로 에너지의 차오후이 대표는 "우리도 힘들다. 단지 태양광보단 덜 힘들 뿐"이라고 토로했다.
수소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업성과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이미 가격 경쟁과 과잉 생산에 시달리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수소 전해조 업체 Refire 관계자는 "업계는 모두 적자 늪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S&P의 유신은 "태양광 업체들은 에너지 저장·수소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가 없다"며, CATL, BYD 등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존 강자들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도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입 중이다. CATL의 창립자 저우위췬은 "통합 에너지 솔루션 제공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트리비움 차이나의 리스 애널리스트는 "이 경우 태양광 기업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품질 미달 생산설비 퇴출 필요'... 하지만 구조조정은 지지부진
GCL 그룹의 주공산 회장은 "업계 전 부문에서 구조적 조정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GCL은 전문 경영진 중심의 신규 조직을 구성해 M&A, 생산량 조정, 질서 있는 철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제 인수합병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리스 애널리스트는 "모든 주요 업체가 분기당 수십억 위안의 적자를 내고 있어, 누구도 여유 있게 타사를 인수할 형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작년에는 주요 기업들이 하한가 및 생산량 자율규제에 합의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업계는 다시 정부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베이징의 기계·전자상회 시융훙 부회장은 "업계의 자율 규제는 실패했다.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CL의 주 회장은 "내년 3월까지가 공급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이는 전기차 산업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분별한 가격 할인으로 과잉경쟁을 벌인 전기차 기업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낸 바 있다.
트리비움의 리스는 "이들 산업은 모두 인상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초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며, "고성장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