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CEO "AI가 사무직 절반을 대체할 것" 충격 발언

그동안 공개적으로는 꺼리던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경고를, 미국 주요 대기업 CEO들이 본격적으로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애스펀 아이디어스 페스티벌에서 작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대담에서 "AI가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 절반을 문자 그대로 대체할 것"이라며 "AI로 인해 수많은 사무직 근로자들이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나왔다. 같은 은행의 소비자·지역사회 부문 CEO인 마리안 레이크는 5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AI 도구를 도입함에 따라 향후 운영 부문 인력이 10%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앤트로픽(Anthropic) 등 다른 주요 기업의 경영진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Ford Motor CEO Jim Farley

(포드자동차 CEO Jim Farley. X)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AI는 일생일대의 기술 혁신으로, 앞으로 회사의 전체 사무직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하고 있는 일부 일자리에는 적은 인력이 필요하고, 대신 다른 새로운 일자리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5월 아크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더 이상 달콤한 말로 감싸지 말라"고 촉구했다.

포드 CEO의 발언은 실리콘밸리를 벗어난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 중 가장 직설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많은 경영진은 AI의 일자리 축소 효과를 대중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최근에는 보다 솔직하게 현실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CEO들은 인터뷰에서 혁신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는 점을 언급하며 조심스럽게 말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개월 전부터 경영진들 사이에서 "현재 인력의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돌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AI, 로봇 등의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기업 운영을 더욱 효율적이고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Fiverr)의 CEO 미카 카우프만도 올 봄 사내 메모에서 "이것은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라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제품 관리자, 데이터 과학자, 변호사, 고객지원, 영업, 재무담당자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AI는 당신을 겨냥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경고했다.

쇼피파이의 토비 뤼트케 CEO 역시 "AI가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증명되지 않는 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기술기업들 사이에서는 제품 관리자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할을 통합하거나, 모더나처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인력 충원 없이 진행하라는 방침을 세우는 등 채용 구조를 한층 더 압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재판매업체 스레드업(ThredUp)의 CEO 제임스 라인하트는 지난 6월 투자자 회의에서 "AI가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AI에 대한 경영진의 시각이 거의 매주 바뀌고 있다며, 동종 업계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조정하거나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오픈AI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래드 라이트캡은 최근 뉴욕타임스의 팟캐스트에서 "신입 직군이 대규모로 대체될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일부 전망이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노동시장에 변화를 일으키지만, 지금처럼 전면적인 대체가 곧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CEO는 인사 부문의 수백 명 규모 업무를 AI로 대체했지만, 대신 더 많은 프로그래머와 영업직원을 새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AT&T의 재무책임자 파스칼 데로쉬도 "AI로 인해 업무가 어떻게 재편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며 "과거 기술 혁신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