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국 업체에 밀리며 위기... 트럼프와 결별 후 베이징서 입지 흔들려
미국 내 정치·사업적 난관을 겪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두 번째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한때 중국 도로에서 가장 '핫'한 차량으로 주목받았던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고속 성장했다.
베이징은 테슬라를 유치함으로써 자국 전기차(EV) 산업에 기술을 흡수하고 경쟁을 유도하려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테슬라가 스스로 키운 경쟁자들에 밀릴 위험은 늘 존재했고,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급감하고 있으며, 머스크의 워싱턴 내 입지 약화는 베이징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테슬라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으며, 중국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EV 브랜드들은 여러 대형 화면, 냉장 기능, 셀피용 카메라 등 현지 특화 기능을 앞세우며 인기를 얻고 있다. BYD와 CATL은 최근 5분 만에 충전 가능한 배터리 기술을 발표하며 기술 우위를 자랑했다.
중국 내 테슬라 직원들은 노후화된 차량 라인업에 대해 본사에 우려를 전달했으나, 응답은 더뎠다고 전했다. 일부 영업직원은 "섹시한 모델 없이 목표 달성 압박만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를 여전히 외국인 투자 성공 사례로 보고 있으며, 녹색 경제 육성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테슬라는 보복 조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FSD(Full Self Driving)'의 중국 출시 승인은 여전히 보류 중이다. 중국은 현지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하며, 해외 데이터 반출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FSD 현지화 훈련을 고려했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로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갈라서면서, 중국 당국은 머스크를 더 이상 '지정학적 자산'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한 외교 자문가는 "중국에게 테슬라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국 기업 육성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테슬라의 두 번째 매출 시장이자 최대 생산기지다.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이뤄지며, 수출 허브 역할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 5월 기준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초 11%에서 올해 5월 4%까지 하락했다. 반면 BYD는 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테슬라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과 혁신적 기능을 제공하는 현지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국유기업 직원 첸양(34)은 보안 우려로 테슬라를 회사에 주차하지 못하자, 샤오미의 신형 전기차 SU7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는 "샤오아이(음성비서)가 퇴근길에 집 에어컨을 켜주는 기능이 마음에 든다"며 "테슬라는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테슬라 판매원들도 "추가 기능은 배터리 효율을 해치고 가속 성능을 떨어뜨린다"며 기존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 한 판매원은 "하루 한 대 판매가 목표로 설정돼 직원들이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부터 테슬라의 중국 팀은 현지 소비자 요구에 맞춰 스마트폰 연동 및 엔터테인먼트 앱 확대를 제안했지만, 미국 본사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3년부터 일부 인기 앱(Mango TV 등)이 제공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능 면에서는 경쟁차에 밀린다.
초기엔 중국 소비자 맞춤형 모델 개발을 계획했으나, 이는 철회되고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로 전략이 선회됐다. 대표 모델인 Model Y는 약 $36,700부터 시작되며, 경쟁 모델인 BYD Sealion 07은 $26,400부터 시작된다.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도 현지 경쟁사들이 추월 중이다. 샤오미, BYD, 샤오펑(Xpeng) 등은 각기 'Eyes of God', 'XNGP' 같은 독자 기술로 도심 주행을 구현하고 있으며, 바이두와 Pony.ai는 수천 대의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4년 4월 머스크의 베이징 방문 이후 FSD 론칭을 추진했으나, 영상 데이터 해외 전송 문제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대안으로 중국 내 AI 훈련을 검토했지만,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벽에 부딪혔다.
이에 테슬라는 소규모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FSD 기능을 우회적으로 출시했지만, 당국의 규제 강화로 결국 철회해야 했다. 특히 3월 샤오미 차량의 사고 이후,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과거 베이징은 테슬라를 유치하기 위해 저금리 대출, 세제 혜택, 토지 제공 등 파격 조건을 내걸었고, 2018년 상하이에 첫 해외공장을 허용했다. 이는 자국 EV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고, 테슬라 기술은 중국 기업들의 생산혁신에도 활용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중국 산업의 학습 속도와 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고 이를 뛰어넘는다"고 전략컨설팅사 Automobility의 빌 루소 대표는 설명했다.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Megapack)'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등 테슬라의 미래 성장동력 또한 유사한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테슬라의 옵티머스 생산은 중국 부품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로봇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공급업체와의 협업이 중국 로봇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부품업체 마케팅 매니저는 "테슬라와 계약하면, 다른 로봇 기업들도 너도나도 협업을 원하게 된다. 테슬라가 다시 '메기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옵티머스가 업계 1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2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중국 기업일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