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중 일부, 증세 수용하며 복지 확대 지지... "공정한 도시 회복 원해"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뉴욕 시장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충격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뉴욕시 경제계에 분열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부는 그의 좌파 성향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반면, 조용히 그를 지지하는 억만장자들과 월가 인사들도 존재한다.

고소득층 중 약 3분의 1이 맘다니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불평등이 도시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며 자신들의 세금을 더 부담해서라도 복지 확대를 원한다고 말한다.

벤처투자자 제임스 휴스턴(27)은 "나는 당연히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맘다니는 무턱대고 세금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분명히 좋은 정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맘다니의 공약은 ▲시내버스 무료화 ▲규제 아파트 임대료 동결 ▲시영 식료품점 시범 운영 ▲6주부터 보육 가능한 유아 보육 확대 등이다. 재원은 주로 백만장자 증세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조란 맘다니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위키)

이처럼 그를 지지하는 자본가들은 "맘다니는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앨버니 주정부가 세금 권한을 쥐고 있어, 그의 급진적인 공약이 실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벤처투자자이자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의 선거 전략가였던 브래들리 터스크는 "그가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유명 레스토랑 바우사르(Balthazar)의 오너 키스 맥널리는 "맘다니는 환상적"이라며 "부유한 친구들이 그를 위험하다고 말할수록 더 마음에 든다"고 언급했다.

소상공인과 부유층, 동시에 잡은 전략
맘다니는 선거 광고에서 붉은색 모자(MAGA)가 아니라, 실제로 소상공인을 위한 행정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보도자료와 광고에서 "할랄 푸드 노점 허가 간소화",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 철폐" 등을 약속했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뉴욕의 소상공인 사회도 그의 메시지에 호응하고 있다. 약 20만 개의 뉴욕 소기업 중 절반은 이민자 소유이며, 많은 이들이 높은 운영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컨설팅 기업 디닥틱 랩스(Didactic Labs)의 CEO 아메드 하크는 "이민자들에게 소규모 비즈니스는 유일한 계층 상승 수단"이라며 "지금은 백만장자 세금이 내게 적용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방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은 '민영 공급 확대' 인정
대형 부동산 업계와도 접점을 시도 중이다. 맘다니는 "주택난 해결에는 민간 공급도 필요하다"고 인정해, '사회적 주택만' 강조하던 기존 좌파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조용한 월가 지지자들
공식적으로는 맘다니를 비판하는 억만장자도 많다. 빌 애크먼과 댄 로엡 등은 "경찰 예산 삭감" 주장과 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며, 에릭 아담스 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맘다니를 지지하는 월가 인사들도 은밀하게 존재한다. 캠페인 후원 명단에는 제인스트리트 캐피털,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층으로, 뉴욕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많다.

투자사 타워 리서치의 CEO 마크 고튼은 "뉴욕은 특별한 도시다. 세금이 조금 올랐다고 쉽게 떠날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자신의 지지가 드러날 경우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며 익명을 요청했다. 어떤 은행 간부는 "내 지지가 알려지면 인도 출신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과거 '메기 효과', 이번에도 가능할까
중국에서처럼 경쟁자를 자극해 생태계를 키운다는 '메기 효과'는 과거에도 뉴욕에서 등장했다. 정부는 2018년, 테슬라에 혜택을 주며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성장시켰다. 지금 맘다니는 사회정책을 앞세워 뉴욕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자극을 주려 한다.

2025년의 뉴욕은, 억만장자에게도 "지금은 사회주의자를 한 번 지지해볼 만한 순간"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만든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는 "트럼프가 맘다니를 추방 위협한 순간, 나는 투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태생은 우간다 출신이지만 미국 시민권자다.
"진실하게, 두려움 없이 살아야죠." 맘다니 지지자인 벤처투자자 휴스턴은 자신의 목걸이에 새겨진 문구 memento mori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