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재택근무 비율 여전히 높아... 승진·성과 평가 불이익 우려도 증가

미국의 '사무실 복귀' 흐름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수의 근로자들이 점차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재택근무를 택하는 비율이 높다.

2024년 미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29%, 여성은 36%로 집계됐다. 남성의 경우 전년 대비 5%p 감소한 반면, 여성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가족 돌봄 책임이 재택근무 지속 요인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격차가 여성들의 선호와 육아·가사 책임 분담 현실 모두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녀 돌봄과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오리건주 캔비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켓 과다라마(31)는 최근 인사 담당 재택근무 직장을 잃었다. 그녀는 "직장에서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학교에서 대면 근무 중이다.

그녀는 최근 연봉 10달러의 대면 근무 제안을 거절했다. 자녀 돌봄 비용으로 수입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정은 정말 마음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커리어 발전 기회 차단하기도

재택근무는 여성, 특히 어머니들에게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제도다. 하버드대 여성 노동 연구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과거라면 출산 후 일을 그만뒀을 여성이 이제는 '집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승진 기회나 동료 피드백 감소 등은 여성의 커리어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엠마 해링턴 교수는 "재택근무 여성은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피드백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포춘500대 기업의 코드 리뷰 채팅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은 남성보다 질문을 덜 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사무실에는 남성이 많고 여성이 재택에 머무른다면, 커리어에서 누군가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무실 출근 보상 체계 강화

아마존, 구글 등 대기업은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하고 있고, 최근 KPMG 설문에서는 CEO의 86%대면 근무자에게 나은 평가·성과·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학자 블룸 팀이 매달 5,000명의 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에 따르면, 남녀 재택근무 비율 격차는 현재 약 3.3%포인트2022년의 수준으로 벌어졌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타협안"... 일부 여성은 균형 시도

시카고에 사는 크리스틴 첸(37)은 최근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무실 출근을 줄이고 있다. 그녀는 "대면 회의에서는 직접 후속 논의를 할 수 있어서 이해도와 사기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삶에는 여러 전환점이 있고, 우리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소속 나탈리아 이매뉴얼 연구원은 "경력이 많은 여성일수록 재택근무로 효율적인 업무 집중이 가능하지만, 신입 직원들은 멘토링 기회를 잃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도 균형을 찾고 있다

남성들 역시 가족과의 시간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뉴저지에 사는 게이브 마란스(39)는 뉴욕시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면서도, 새벽 4반부터 1시간 동안 재택 업무를 하거나 저녁에 추가 업무를 통해 자녀들과의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팬데믹 시절 가족과 보낸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의 사무실 복귀 움직임은 성별에 따라 다른 경로를 걷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고용 구조와 성평등 논의에 중대한 함의를 남길 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