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대외원조와 공영방송 예산 총 90억 달러를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이번 조치는 상원에서 밤샘 논의 끝에 찬성 51표, 반대 48표로 가결됐으며, 현재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에는 대외원조 프로그램에서 79억 달러, 공영방송 법인(CPB)에서 11억 달러를 회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공영방송 예산은 향후 2개 회계연도 동안 전면 삭감된다. 이는 공영 라디오(NPR)와 공영 텔레비전(PBS)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의회

(미국 의회. 자료화면)

이번 법안은 상원 공화당이 주도한 것으로,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민주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지만 과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원이 금요일까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집행부는 자동으로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수정안을 통해 공영방송 삭감액을 11억 달러에서 830만 달러로 줄이려 했으나, 표결에서 47대 51로 부결됐다. 머카우스키와 콜린스 의원은 민주당 전원과 함께 찬성했다.

표결 직전, 알래스카 남부 해안에서 발생한 해저 지진과 쓰나미 경보가 현지 방송을 통해 전달되면서 공영방송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머카우스키는 SNS를 통해 "연방정부의 쓰나미 경보가 공영방송을 통해 전달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고지대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동료 의원들은 이 단체들을 '극좌 성향'이라 부르지만, 알래스카에선 이들은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존 튠(사우스다코타)은 "예산 낭비를 줄이는 첫걸음"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위한 작지만 중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90억 달러 삭감은 전체 연방예산(약 7조 달러)의 0.1%에 불과하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는 이 법안이 지역 언론을 붕괴시키고, 농촌 라디오를 폐쇄시키며, 국가의 안전을 약화시킨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억만장자 감세를 지속하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없애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이달 초 통과된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감세·지출 법안이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슈머는 "의회가 과거에 승인한 예산을 집행부 요구에 따라 되돌리는 것은 입법권의 포기"라며, "상원이 트럼프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공화당은 HIV/AIDS 퇴치 프로그램인 PEPFAR 예산 중 4억 달러는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모성 건강, 말라리아, 결핵 관련 예산도 보호 조항을 새로 추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