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의 지분 참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CK허치슨(CK Hutchison)의 전 세계 항만 매각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해당 매각 대상에는 파나마 운하 인근 항만 2곳을 포함한 40개 이상의 글로벌 항만이 포함돼 있으며, 총 거래 가치는 약 2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거래는 현재 블랙록(BlackRock)과 지중해해운회사(Mediterranean Shipping Co., MSC)가 CK허치슨으로부터 항만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코스코가 블랙록 및 MSC와 동등한 지분 파트너로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매각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수의 협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블랙록·MSC·CK허치슨 모두 코스코의 지분 참여에 원칙적으로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블랙록과 MSC는 CK허치슨과의 독점 협상 기한이 종료되는 7월 27일 이전까지는 코스코가 포함된 협상을 공식화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허치슨 항만 매각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치슨의 모회사인 홍콩 재벌 리카싱(Li Ka-shing) 일가와 연계된 기업들과의 거래를 당분간 보류하라는 지시를 국유 기업들에 내린 상태다.
이번 거래는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허치슨이 운하 인근 항만 2곳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은 MSC와 블랙록, CK허치슨 측에 "코스코를 배제할 경우, 해당 거래를 차단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과거에도 정치적 판단에 기반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심사한 전례가 있으며, 이번 거래에 대해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MSC는 중국 수출 물량 운송의 핵심 파트너로서, 중국 당국의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블랙록과 허치슨 역시 중국 내 다양한 사업 이권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의 압박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4년에도 중국은 MSC,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프랑스의 CMA CGM이 추진하던 글로벌 해운 동맹 구성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은 자국 무역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해 서방 3사의 공동운항 계획을 차단했다.
이번 파나마 운하 항만 인수전은 단순한 민간 거래를 넘어 미중 전략적 영향력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 코스코의 참여 여부가 미·중 무역 협상과 외교 관계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