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추가 제공하기 위해 무기 공급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일이 스위스를 제치고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시스템의 차기 수령국으로 지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독일은 미국의 보충 약속에 따라 보유 중인 패트리엇 두 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게 된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후 미 국방부가 처음으로 직접 나선 무기 이전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서방의 방산 생산 능력이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요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드러냈다.

"우리는 무기를 팔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

미국은 NATO 동맹국들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동맹국들이 그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무기를 보내되, 대가는 동맹국이 지불한다"고 공언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전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에 우크라이나를 방공 요격체계 공급 순번에서 최우선으로 두는 방식으로 비슷한 전략을 쓴 바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확장하기 위해 미국은 앞으로 패트리엇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공급 순서를 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무기를 내놓는 국가들이 우선순위를 얻게 된다.

패트리엇

(패트리엇. 자료화면)

현재 독일 외에도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캐나다, 핀란드가 해당 구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럽 국가는 아직 구체적인 공급 방식, 일정, 제한 조건에 대한 미국 측의 명확한 설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스위스, 순번 밀려... 독일은 순번 앞당겨져

스위스는 2026~2028년 사이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다섯 기를 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번 재조정으로 인해 납품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위한 방공시스템 공급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로부터 받은 극소수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패트리엇은 RTX(구 레이시온)가 생산하며, 다수의 발사대, 레이더, 지휘통제장치, 요격 미사일로 구성된다.

미 국방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무기 배치"

미 국방부는 오는 월요일 NATO 방위장관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요일에는 패트리엇 보유국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회의는 NATO 유럽연합군 사령관이자 유럽사령부(EUCOM) 사령관인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장군이 주재한다.

그린케비치 장군은 "신규 생산에는 수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당장 이 무기들을 필요로 한다"며, 추가로 보낼 수 있는 무기 목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월요일에는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가 미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와 회동해 이번 패트리엇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미 "확정된 거래"로 묘사하며 "(패트리엇은) 독일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이번 구상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도 "매우 조만간"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무기는 팔지만, 미국이 돈 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NATO 사무총장 마크 뤼테와의 백악관 회담에서 "오늘 우리는 무기를 보낼 것이며, 그 비용은 우리가 아닌 상대가 지불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돈을 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무기 기부 방식에서 벗어나, 무기 판매를 통한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다.

모스크바 "우크라 지원국, 타격 대상 될 수 있다" 경고

러시아는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한 국가의 군사 시설에 대해 정당한 공격 권리를 가진다고 본다"고 밝히며, "갈등이 추가로 격화될 경우 단호하고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석가 "러시아, 50일 안에 공격 가속화할 것"

우려되는 것은 무기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50일 이내에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고율 관세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이는 오히려 러시아의 공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 50일을 주는 건 너무 길다. 그들은 지금껏 선의로 협상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전 CIA 및 국방부 관계자 믹 멀로이는 "그 시간 동안 최대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