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논란·DEI 정책 논쟁 종식...연방 연구기금도 복원

콜롬비아대학교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총 2억 2,100만 달러를 연방정부에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미 고등교육계를 뒤흔든 법적 공방에 종지부가 찍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중단했던 연구비 수억 달러를 다시 학교에 복원하기로 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콜롬비아대는 향후 3년에 걸쳐 2억 달러를 연방정부에 납부하며, 이 외에도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기한 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2,100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한다.

콜롬비아대

(콜롬비아대. 구글)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원의 감독 하에 학교의 관행을 개혁하도록 명시한 '동의명령(consent decree)'을 요구했으나, 이번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양측이 공동 선정한 외부 독립 모니터가 향후 학교의 입학 및 교수 채용 관련 절차의 적법성을 평가하게 된다. 감시인으로는 전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 형사부장 바트 M. 슈워츠가 지명됐다.

"학문의 자유 지켜낸 합의"...학교는 독립성 강조

클레어 시프먼 콜롬비아대 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합의는 연방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걸음 나아가는 중요한 조치"라며 "무엇보다도 학문의 독립성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콜롬비아대가 마침내 옳은 일을 하기로 동의했다"며 "이제 학교는 터무니없는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을 끝내고, 오직 '성적 기준'에 따른 입학만을 시행하며, 학생들의 시민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지난 3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캠퍼스 내에서 유대인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학교 측이 방관했다는 이유로 약 4억 달러 규모의 연구보조금과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콜롬비아대와의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자금에 의존하는 미국 주요 대학들의 이념 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예고한 정책의 일환으로, 고등교육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시도를 "미국의 유산과 서구 문명을 파괴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공격에 대한 저지"라고 표현해 왔다.

하버드와의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2.2조 원 규모 연구비 놓고 공방

반면, 하버드대학교와의 법적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주 월요일 열린 연방 법원 심리에서는 하버드 측이 "정부의 22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규모의 연구비 삭감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대학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더 이상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등교육 개편은 수십 년간 유지돼온 미국 대학의 사업 모델을 뒤흔들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자금에 의존하던 수천 명의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 또한 혼란에 빠졌다.

지도부 교체 이어진 콜롬비아...DEI 충돌의 상징

콜롬비아대는 지난해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인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며, 당시 교내 랍비는 "유대인 학생들이 부활절 방학 후 캠퍼스로 돌아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후 학교는 내부 혼란을 겪으며 지도부가 잇따라 교체됐다.

2024년 8월에는 취임 13개월 만에 미누시 샤픽 총장이 사퇴했고, 올해 초에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카트리나 암스트롱 총장대행이 내부 회의에서 연방정부와의 비공식 약속을 축소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러났다. 이후 학교 이사회 공동의장이었던 클레어 시프먼이 총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이번 합의는 미국 대학과 연방정부 간의 관계 재정립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향후 다른 명문대와의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