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달러를 끌어모아 비트코인과 알 수 없는 토큰을 사들이는 중소기업들...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투자 전략은 사업 확장도, 인재 채용도 아닌 암호화폐 매입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본의 호텔 체인, 프랑스 반도체 기업, 플로리다 장난감 제조사, 네일숍 프랜차이즈, 전기자전거 제조사까지-전 세계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모아 비트코인과 소위 '듣보잡' 토큰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은 디지털 자산의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한 기업이 암호화폐 구매 계획만 발표해도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자문회사 아키텍트 파트너스(Architect Partners)에 따르면, 6월 1일 이후 98개 기업이 430억 달러 이상을 모아 암호화폐 매입을 발표했으며, 올해 들어 이 목적을 위해 모인 자금은 8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5년 미국 내 기업공개(IPO)로 조달된 자금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이성보다 광기가 앞선다"는 우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시장 과열의 징후라고 본다. 디지털 토큰은 극단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미래 가치도 불확실한 데다, 직접 ETF 등을 통해 더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기업은 보유 중인 암호화폐보다 자체 기업가치가 훨씬 높게 평가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1달러짜리를 사기 위해 2달러를 내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도, 억만장자도 가세
그럼에도 유명 투자은행과 억만장자 투자자들은 줄줄이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캐피털 그룹, D1 캐피털 파트너스, 캔터 피츠제럴드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의 암호화폐 매입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으며, **피터 틸(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와 **마이크 노보그래츠(Mike Novogratz)**의 갤럭시 디지털 등도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의 2억5000만 달러 이더리움 매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발표 직전인 6월 27일까지만 해도 2600만 달러였지만, 이후 주가가 800% 이상 급등하며 20억 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 틸은 현재 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프(Hype) 토큰이 특별하다"
전 바클레이즈 CEO인 **밥 다이아몬드(Bob Diamond)**도 뛰어들었다. 그가 공동 설립한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은 D1, 갤럭시, 683 캐피털 등과 함께 3억500만 달러를 조성해 불과 **7개월 된 신생 토큰 '하이프(Hype)'**를 매입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다이아몬드는 회장직을 맡았고,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에릭 로젠그렌도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전략의 원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이 같은 전략은 본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CEO였던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2020년부터 선도한 것이다. 현재는 사명을 단순히 **'스트래티지(Strategy)'**로 바꾼 이 회사는 수년간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해왔고, 현재 기업 가치는 1150억 달러, 최근 5년간 3371% 상승했다.
세일러는 "여유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라"고 기업들에게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험 부담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조롱해왔다. 2024년까지만 해도 이런 전략을 따르는 기업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으며, 친(親) 암호화폐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하고, 관련 입법도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시장에 새로운 확신을 불어넣었다. 대통령 가족이 지배하는 트럼프 미디어앤테크놀로지 그룹도 약 2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및 관련 자산을 매입했다.
세일러도 우려하는 변종 전략
최근 일부 기업은 비트코인을 넘어 덜 알려진 위험한 토큰에 집중 투자하며, 세일러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재무 전략으로 기타 암호화폐를 매입하는 것은 훨씬 더 투기적인 성격을 갖는다"면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평가된 기업들, 임원은 '먹튀'?
전문가들은 이 전략이 2020년대 초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자전거 업체 Volcon은 단 7일 만에 5억 달러를 조달하고 비트코인 전략을 발표하자 주가가 $9.22 → $44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급락해 현재는 $13.40에 불과하다.
또한, 프랑스의 Sequans Communications는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위해 3억8400만 달러를 유치했지만, 주가는 $5.83 → $1.98로 다시 하락했다.
일부 경영진은 이런 발표 이후 자사 주식을 처분해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예컨대, 플로리다의 장난감 제조사 SRM 엔터테인먼트는 암호화폐 트론(TRON)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직후, CEO와 CFO는 56센트에 확보한 자사 주식 60만 주를 매각해 약 200만 달러를 현금화했다.
금융 대기업도 줄줄이 진입
캔터 피츠제럴드는 최근 유명 암호학자인 애덤 백과 함께 53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재무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개월 사이 두 번째 10억 달러 규모 암호화폐 SPAC 딜로, 이 외에도 트럼프 미디어의 비트코인 매입 자문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쉽게 벌었지만 쉽게 잃을 수도"
이런 전략으로 단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도 많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치명적인 리스크다. 토론토에서 과외 사업을 운영하는 **파비오 지오르노(Fabio Giorno)**는 "한눈을 파는 순간 주가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컴퓨터 앞을 떠나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암호화폐로 승부수를 띄운 올여름, 결과는 과연 뜨겁게 달아오른 채 끝날 수 있을까? 아니면 한여름의 거품으로 사라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