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15% 기준관세 도입...에너지 수출·투자 확대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파트너 간 전면적인 무역전쟁 위기가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지금까지 체결한 가장 큰 규모의 무역 합의"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EU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기준관세 15%**를 부과하게 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제약품 등을 포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EU가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7,500억 달러어치 구매하고, 미국 내에 6,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양측 모두에게 훌륭한 결과"라며 이번 합의의 성과를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성을 제공하는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대부분의 EU 수출품에 15%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는 것이 그녀의 평가다.
미국과 EU는 하루 평균 50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교역하고 있으며, EU는 미국의 최대 지역 무역 파트너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이 추진해온 **'새로운 무역 질서'**의 기본 관세율이 15%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해당 수준의 관세가 기업의 공급망 및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세계 무역 자체를 무너뜨릴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 분석기관 오로라 매크로 스트래티지스(Aurora Macro Strategies)의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 선임 고문은 "15%는 부담이지만 치명타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EU 합의 외에도 일본(15%), 베트남(20%),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19%) 등과도 기준관세 합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협정은 미국 기업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로주빈스키 고문은 "예측 불가능한 정책보다 차라리 안정적인 15% 관세가 낫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은 협정문 전문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해 해석 차이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부과 중인 50% 관세는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일부 EU 금속 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도입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자국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반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항공기 부품, 일부 화학제품,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등 전략 품목에 한해 '제로-포-제로' 관세 적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측은 이번 합의를 토대로 더 많은 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 및 비관세 장벽 해소, 경제 안보 협력 등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 따라 EU는 미국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 기업은 EU 시장에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EU 외에도 영국, 캐나다, 멕시코, 중국과도 주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과는 7월 29~30일 스톡홀름에서 무역 휴전 연장 협상이 예정돼 있다.
EU는 최근 미국산 1,000억 달러어치 제품에 보복관세를 예고한 바 있어, 이번 협정은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이코노미스트는 "15% 기준관세는 EU의 GDP를 약 0.3% 감소시킬 것"이라며, 독일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타격이 예상되지만 '치명적 타격'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EU는 현재도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도입된 10% 기준관세와 기존 관세를 합쳐 실질적으로 약 15% 수준의 관세를 부담 중인 만큼, 이번 협정으로 평균 관세 수준이 대폭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EU는 글래스고 호텔에 마련된 임시 전략실에서 협상 메시지를 조율했으며, 무라슈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일본 측으로부터 협상 관련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통상·정책 참모진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배석했다.
향후 무역 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이 유럽 협정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다시 한번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